[경제산책] 비트코인 광풍

입력 : 202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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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치, 사회적 신뢰 기반

유명인사 한마디에 시장 큰 영향 접근 쉬워 젊은층 투자활동 활발

국가 차원 규제 부재로 관리 부실 투자자 보호 법적 제도 마련해야

 

바야흐로 비트코인 광풍 시대가 왔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암호화폐란 본래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에서 시작됐다. 화폐 유통의 중앙관리 체계를 개별 거래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암호화폐 광풍을 보여주는 최근 사건 중 하나가 일론 머스크의 미국 쇼프로그램 출연 일화다. 그는 평소 암호화폐의 한 종류인 도지코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하며 등락에 영향을 줬다.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자, 그가 도지코인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온 관심을 쏟았다. 그는 프로그램 끝부분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이후 도지코인은 35%가량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유명인사라는 점을 고려해도 한 개인의 발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 컸다.

일론 머스크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암호화폐를 둘러싼 여러 논쟁 중 하나는 결국 이러한 화폐의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사람들의 인정만이 오로지 암호화폐의 가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암호화폐가 실물경제의 교환수단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점에서 암호화폐는 마치 주식과 유사하다. 특정 기업의 주식은 실물경제 교환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란 결국 투자자산 시장의 작동 원리인 사회적 신뢰에 기반을 두고 움직인다. 사회적 신뢰라는 것은 구성원간 명시적 혹은 암묵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의 한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결국 그의 지명도가 시장에 주는 신뢰에 있다.

신뢰에 기반을 둔 투자시장은 금·천연자원·주식처럼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 모두 오랜 역사가 있으며, 나름의 그럴싸한 투자이론과 전문가들이 득세한 곳이다. 반면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적 이론도,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도 드물다. ‘풍문’과 투자하는 사람들의 감에 의존한 ‘설명’만이 난무한다. 기존 투자시장과의 또 다른 차이는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투자활동이 활발한 곳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 투자자산이었던 부동산·주식 등은 사실 젊은층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최근에 주식시장 접근성이 월등히 나아졌지만 급부상한 암호화폐 시장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도, 이를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규제도 부재한 곳이다. 참으로 무풍지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많은 이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성장했다.

이러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투자처로서의 매력과 성장세를 기대하는 시선만큼 관리 부실과 이에 따른 미래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자산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던 젊은층의 밀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 개발자는 중앙은행에 대한 저항으로 암호화폐를 개발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중앙은행 대신 개인간의 거래를 기반으로 신뢰를 형성한다. 이 점에서 기존 금융자본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호의적이기는 어렵다. 젊은층의 비트코인 투자 가세는 어쩌면 이러한 배경에 대한 묵시적 동의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기성세대가 단기간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장에 열광하는 젊은층을 무턱대고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그간 한국 사회가 쌓아놓은 자산 투자에 대한 장벽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더불어 집중화된 권위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비트코인 광풍 현상에서 두가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나 금수저가 아니면 자산과 부를 창출할 수 없는 현재를 극복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 또 이유를 불문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후자는 법적 장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전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암호화폐에 대해 투자성에만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사람 마음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단순한 시선을 넘어서 우리 사회와 연결된 복잡한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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