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답이다

입력 :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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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올라 집값 가파르게 상승

민간자본으로 아파트 지으면 부동산 투기 광풍 끊을 수 없어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발 나서 집만 임대하면 투기 차단 가능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배경에는 집값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많은 젊은이가 집값 폭등과 불공정에 대해 분노의 투표를 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그런 만큼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선거 후 나타나는 역설이 놀랍다. 하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서라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오세훈 후보의 당선에도 서울의 집값은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러한 오름세에 놀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 대해 서울시민들이 박수를 치기보다는 반발하고 있다.

결국 재건축 조건까지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집값 안정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투기판을 더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읽게 한다. 집 없는 이들의 순진한 생각과 기대와는 달리 많은 사람은 집값 안정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 있는 사람들은 자산가치의 상승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최근의 추이에서 알 수 있듯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부동산 투기가 언제라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굳이 자세히 얘기하지 않아도 부동산 투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깊고도 깊게 파고들어 있다. 최근 몇년간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에서도 보았듯이 대부분의 의원은 상당한 자산가들이었다. 고위공직자든 국회의원이든 아파트 구입과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주소를 옮기고 투기했을 것이란 의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부터 온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심각하고 오래된 부동산 투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앓고 있는 것이다.

투기 바이러스를 몰아내 국민을 투기꾼이 아닌 착한 사람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단순하고 명료한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값’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통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집값’이 아니라 ‘땅값’이 오르는 것이다. 집은 완공된 순간부터 감가상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그런데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밀집개발로 땅이 희소해지면 땅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좋은 위치에 있을수록 땅값 상승폭은 커지는데, 이것이 바로 강남의 아파트값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오르는 이유다.

그러므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집’과 ‘땅’을 분리해 공급하는 것이 주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왜 전문가들이 ‘공공임대주택’을 주택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가를 알게 한다. 지금처럼 민간자본에 토지를 공급해 아파트를 지어 함께 팔도록 하는 방식으로는 땅값 상승에서 오는 투기 유혹을 끊을 수 없다. 땅까지 포함된 집은 땅값의 상승으로 소유자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갖다주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공유지를 개발해 집을 짓되 집만을 임대하면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주택의 위치에 따라 임대료에 차이를 둘 수 있는데, 그러한 차이에서 오는 이익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흡수하기 때문에 투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리고 정부가 임대료로 흡수한 불로소득은 다시 공공주택 공급에 필요한 자금으로 투입할 수 있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의 대규모 공급에 대해서는 민간자본의 격렬한 반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결혼을 해도 높은 임차료 때문에 생활에 쪼들려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하는 망국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시장이 실패하는 곳에 정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국가의 존립을 흔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결단이 필요한 때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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