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코로나와 보복 소비

입력 : 202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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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장기화로 소비자 우울

억눌린 마음 달래기 위해 소비 기업도 고객 욕구 자극 마케팅

다시 악화되는 코로나19 상황 슬기로운 소비 생활 선택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일라치면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가 등장하곤 한다.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로도 설명할 수 있는 보복 소비는 억눌린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보복 소비란 원래 배우자에 대한 불만으로 소비를 늘리는 것을 의미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폭발적 소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의 욕구다. 이 욕구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소비다. 시장경제에서 소비란 결국 인간의 기본 욕구를 포함해 다양한 필요를 해결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이를 매개로 발생하는 소비를 막아버리면 돈은 그저 종이에 불과할 수 있다. 인간의 욕구·소비,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돈은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시장경제를 움직인다. 더불어 인간의 소비 욕구는 소비 과정을 거치며, 더욱 다양하고 많은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펼쳐진다는 특징이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소비 욕구를 억제했던 상황은 전쟁·자연재해·불황 등이 있다. 과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상적 생산이 어려워짐에 따라 공급부족으로 소비가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산업재에 해당하는 재화에서는 일부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재는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환경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은 드물다.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기술의 힘을 빌려 충분한 생산설비를 갖췄기에 그렇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은 생산활동의 변동과 상관없이 소비자 이동의 제한으로 소비가 억눌렸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모임제한, 너무나 당연했던 다양한 서비스 재화에 대한 소비의 어려움은 시장에 공급 자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조치에 따라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동제한에 참여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소비 기회가 사라졌으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소소한 재미를 포함해 여러 욕구를 자기 안에 쌓아두는 시간을 보내야만 한 것이다.

백신 보급 이후 코로나19 상황의 호전에 대한 기대가 억눌린 소비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1200명 중 24.3% 정도가 보복 소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보복 소비의 원인으로는 우울해진 마음에 대한 보상심리를 꼽았다. 마케팅분야에서 소비자 행동을 설명하는 데 적용하는 이론 중 하나로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이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눴는데, 가장 낮은 단계는 생리적 단계며 최상위 단계는 자아실현이다. 자아실현 단계는 욕구를 충족할수록 더욱 큰 욕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성장 욕구라고도 한다. 이렇게 보면 오랜 기간 억눌린 욕구를 분출하는 과정에 사치품 소비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자아실현처럼 다양한 재화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집콕대전’이라는 광고 문구가 상징하듯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한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 욕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 호전에 대한 기대는 보복 소비를 불러올 충분한 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 시장경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소비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대부분 권면(勸勉)으로 끝을 맺기 마련인데, 과도한 소비는 뒤늦은 후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 체제하 개인의 소비를 제한하는 것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과소비하면 생산자에게 좋을 수는 있지만, 소비자에겐 후회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모든 일에 적용된다.

최근 다시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책 완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소비 욕구와 이동제한 사이에서 우리는 또 한번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억눌린 소비 욕구를 자극하려는 기업의 상술은 더욱 세련되게 등장할 것이며, 과거 어느 때보다 보복 소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 중인지 모른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정상적 욕구 해소를 위한 적절한 소비와 과도한 보복 소비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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