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재난지원금 보편지급과 선별지급

입력 : 202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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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래 의도대로 쓰지 않아 

절실한 사람 줘야 효과 크지만 지급 대상 선별 위한 정보 부족

경계 걸친 사람 불평 있기 마련

농어민 포함 4차 지원 힘 되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하던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예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집과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하거나 가게에서 일상용품을 사던 모습들을 이전만큼 자주 볼 수 없게 되면서 소상공인과 서비스업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는 실업의 공포와 위협은 바로 그러한 일상경제 생활이 막힌 데서 오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 세계 각국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앞다투어 지급하고 있다. 엄청난 정부 부채의 증가를 감수하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몇차례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과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이는 것을 본다. 이른바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의 대립이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이 바로 보편지급이고, 이후 두차례 특정 업종에 대해 차등 지급한 것이 선별지급이다.

보편지급과 선별지급,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면, 답은 비교적 명쾌하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똑같진 않지만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시험에 유사한 질문이 자주 출제되기도 한다. 시험문제를 보면서 이해에 접근해보자.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불황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자 10조원의 긴급예산을 마련해 투입한다고 하자. 이 돈을 쓰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부가 시장에서 판로가 막힌 어려운 상공인들의 물건을 직접 사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고 마음대로 쓰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방법 중에서 경제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쪽이 더 클까’가 문제다.

답은 정부가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의 효과가 더 좋다. 왜 그럴까?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상공인들의 물건을 시장에서 구입하면 사들인 액수만큼 기업활동이 촉진돼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누구의 물건을 사줘야 하는가를 놓고 엄청난 논란이 있겠지만 말이다. 반면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경우 받은 돈을 모두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때 천문학적인 돈을 푼 미국에선 정부에서 지급한 돈 가운데 상당한 비율이 시장으로 가지 않고 주식으로 흘러갔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돈을 나눠주면 좋은 소리는 듣겠지만, 그 가운데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거나 투기자금에 보태는 사람들이 분명히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돈을 주더라도 더 절실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선별지급하면 결과는 이와 다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받은 돈을 생활비나 인건비로 지출할 것이고, 그러면 그 돈은 시장에서 상품을 사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선별지급 쪽이 경제활성화에는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론 분명한데도 현실에선 왜 지급방법이 계속 논란이 될까? 우선 선별지급하기 위한 대상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을 잘 선정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안 받아도 될 사람들이 받고, 정작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지급 대상을 선별하다보니 불가피하게 경계에 걸리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지원금을 조금만 더 확보하거나 아니면 한사람당 지원 금액을 조금만 낮추면 자신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불만을 갖기 쉽다. 그러다보니 선별지급에는 환호 못지않게 불평도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지급을 했던 정부는 3월29일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피해계층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지급 대상에서 빠졌던 농어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이 돌아간다. 경작면적 0.5㏊(1500평) 이하인 소농 약 43만가구는 30만원씩을, 코로나19 피해가 특히 컸던 화훼·친환경 등 5개 분야 2만여가구는 100만원씩을 받는다. 모처럼 농어민까지 포함된 이번 선별지급이 경제활력의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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