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ESG 경영의 양면성

입력 : 202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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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자본이

선한 이미지로 포장돼 결국 또 다른 부의 창출 가능

사회 불평등·불공정 해결 위해 시장원리 저해 행위 엄단해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우르는 ESG 경영은 최근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 경영’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ESG 경영의 목적은 환경을 고려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건강한 지배구조에 기반을 둔 윤리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하는 데 있기에 그러하다.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언론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선택이라면 지속가능 경영은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럼 우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역사 속에 등장한 배경을 알아보자. 삼성경제연구소가 2002년 발간한 ‘재인식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보고서에는 힘멜스타인(Himmelstein)이 제시한 사례가 등장한다. 188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한 철도기업과 지역의 악기회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던 지역 음악회 개최를 허락하지 않았다. 특별할 것 없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기업의 기업헌장에 이러한 활동을 허가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1934년에는 올드 미션 포틀랜드 시멘트(Old Mission Portland Cement)사와 이 기업의 주주회사인 헬버링(Helvering)간의 소송이 있었다. 갈등의 핵심은 올드 미션 포틀랜드 시멘트가 샌프란시스코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려 한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법원은 주주의 직접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기부를 불허했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1960년대 이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이익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은 1970년대 이후 변화를 겪게 되고 오늘날에 와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보고 있으며,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주제로까지 발달했다.

지구촌 자본주의 체제의 양대 기구 중 하나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2000년 ‘경제개발을 넘어서’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인류는 개발을 목적으로 생각해왔지만, 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아가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목적은 개발이 아닌 참살이(웰빙·Well-Being)라고 밝혔다. 자본주의의 목적이었던 경제성장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환하는 주장이었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말하는 지속가능 경영은 이미 20년 전에 제시된 개념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이후로도 꾸준히 등장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기구를 포함한 산업·금융자본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IBRD는 지속가능 성장의 필요성으로 21세기 초반에 이미 심화한 전세계적 부의 불평등을 자료로 제시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불평등 심화는 결과적으로 자본의 지속가능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시장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 경영 역시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훼손되면 결국 새로운 부를 창출할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주장을 글로벌 자본의 대변자들이 먼저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 영역에서 약자 계층·집단이 요구하기 이전에 말이다. 이렇게 표면적으로는 개발을 수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지속가능한 성장이 동력을 상실할까 우려하는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주장한단 점이 지속가능 경영의 양면성이다.

거대 기업이나 자본이 전면에 내세우는 지속가능 경영을 순수하게만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한 질문을 하자면 이렇다. 이들이 주장하는 ESG 경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우리의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있는가? 지속가능 경영이란 결국 기업과 자본이 선한 이미지로 포장해 또 다른 부의 창출을 목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 자본주의가 처한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본질적 접근은 아니다. 도리어 불법행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의 처벌이 경제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 건강한 자본주의는 시장원리를 저해하고 불공정을 자행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그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양면성을 가진 지속가능 경영보다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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