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공매도, 누가 문제인가

입력 : 202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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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하면 ‘돈 버는’ 구조 대부분 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대량 공매도 실행 땐 개인 손해 기관·개인 투자자간 갈등 발생

불법거래 처벌 수위 더 높이고 시스템 차원 관리·감독 강화를

 

대한민국에서 부를 증식하는 방법에는 유행이 있다. 물론 부동산이라는 고정불변의 수단도 있지만, 최근 젊은층에선 주식·비트코인 등이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기다. 이 중에서도 주식은 ‘동학개미’라는 표현을 낳을 정도로 근래에 가장 뜨겁다.

최근 동학개미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공매도다. 공매도 열기는 게임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업체인 ‘게임스톱’이라는 주식에서 시작됐다.

게임스톱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다. 앤드루 레프트는 공매도의 전설로 불리는 사람으로, 공매도 전문 투자회사인 ‘시트론 리서치’의 대표다. 레프트는 올 1월19일 트위터에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했으며, 해당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글을 올렸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버는 구조인데, 주로 대자본을 가진 사람이 공매도로 돈을 벌게 되고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잃게 된다. 레프트의 공매도 예고에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분노한 이유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중심으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테슬라 대표인 엘론 머스크도 여기에 합류해 레프트의 행위를 비난하며 공매도를 사기행위로 지칭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스톱 매입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 결과, 1월22∼27일에만 게임스톱 주가가 무려 최저가 대비 780% 올랐으며, 한달 동안 1625% 폭등했다. 공매도 전문가인 레프트의 완전한 패배였다.

공매도는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만 알면 돈을 벌 수 있기에 주가 예측에 능통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도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만하다. 그러나 공매도는 대부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건이 까다로워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과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기관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개인 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관투자자가 대량 공매도를 실행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한 개미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제도의 더 큰 문제는 공매도를 단순 주문 실수로 변명하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공매도가 진행돼도 증권거래시스템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잡아낼 수 없다. 잡힌다 해도 단순 주문 실수로 변명한다. 벌금액도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팁’ 수준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작다. 동학개미와 미국의 ‘로빈후드(미국에서 동학개미를 이르는 말)’들이 공매도를 주식거래의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는 이유다.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상승과 하락의 균형 속에서 운용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투자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기간을 5월3일까지 한차례 더 연장했다. 동학개미들이 미국의 게임스톱 사례를 본받아 집결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매도를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로 셀트리온을 비롯한 몇몇 주식을 중심으로 실력행사를 하며 정부에 경고를 날렸다. 정부도 올해 있을 서울시장 선거 등을 고려해 개인 투자자의 여론을 쉽게 무시하진 못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경쟁력 있는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갈등의 결과가 시장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나타나는 기관과 개인의 갈등이 투자 대상물로 기업의 경쟁력보다 주가의 등락에 대한 힘겨루기로 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금융시장 선진화라는 과제와 맞물려 공매도 갈등은 정부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우선 정부는 오류를 가장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동학개미가 공매도에 공분하는 이유는 기관의 도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 개인 투자자의 시장 신뢰를 유도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순 목적을 살리려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공매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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