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비대면 사회와 농산품의 브랜드화

입력 : 202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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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라인 소비 늘어 상품 브랜드·평판 중요해져

농산물 풍년 들어도 걱정 흉년이 오면 농가는 울상

지자체·농민들 협력 통해 지역 농특산물 차별화해야

 

우리는 고도의 상품경제 체제에 살고 있다. 시장에서 상품의 평가는 그 상품의 물리적 속성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고파는 사람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종종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쇠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한우고기든 수입 쇠고기든 물리적 속성은 쇠고기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한우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사실 거의 다른 상품처럼 시장에서 평가된다.

수입 쇠고기가 국내 고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보면 역설적이게도 한우고기보다는 돼지고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종종 확인한다. 쇠고기 수입이 늘면 한우고기값보다 돼지고기값이 더 많이 하락하는데, 이것은 수입 쇠고기가 물리적으로는 한우고기와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돼지고기에 더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한우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마치 서로 다른 상품처럼 분리된 시장에서 각각 거래가 이뤄진다. 시장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한우고기는 국내 수급에 의해 주로 가격이 결정된다. 그 때문에 외국산 쇠고기가 많이 수입되더라도 일정 부분 가격방어가 가능하다. 한우농가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처음부터 한우고기와 수입 쇠고기 시장이 분리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을 분리하고자 농가와 정부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서 거둔 성과다. 이른바 한우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생산자가 붙이는 상표를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눈에 보이는 상표만이 브랜드는 아니다. 평판이나 이미지도 브랜드다.

요즘 많은 사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여행 중에 들른 아름다운 곳이나 맛있는 음식점, 그리고 해당 지역의 특산물 등의 정보를 사진과 함께 즉석에서 올린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정보를 얻고 그 지역을 여행할 때 한번 들러보고 구입하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이 평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역으로 이것은 도시에서 멀리 있는 농촌의 잘 알려지지 않은 생산물도 우리의 노력에 따라 브랜드화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브랜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시장의 점포나 좌판에서 물건을 보고 살 때는 굳이 브랜드가 필요하지 않다. 상품의 종류와 상품성을 눈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대면 사회에서는 사진으로 상품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상품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브랜드와 평판을 중요하게 고려하게 된다.

게다가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좋은 방안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수록 소비자들은 가격 변화에 덜 민감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더 구입하고 싶어 한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소득탄력성이 낮아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와도 농민들은 한숨을 짓는 때가 많다. 소득이 올라가도 밥 한그릇 먹던 사람이 두그릇 먹는 것이 아니기에 약간의 과잉생산에도 가격이 폭락해 농가는 울상을 짓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런 문제를 완화해준다.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비대면 사회는 앞으로 농산물 유통에도 불가피하게 온라인 거래를 확산시킬 것이다. 힘들게 생산한 농산품들이 제값을 받고 농가소득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농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브랜드화를 진척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최근 충북 영동과 경남 산청의 곶감, 경남 밀양의 사과·쌀이 고향의 이름을 걸고 온라인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자체가 택배비를 지원하면서 브랜드화를 도왔다고 한다. 좋은 사례들이다.

충남 금산의 인삼, 제주의 감귤, 경북 영덕의 대게 등 누구나 아는 지역특산물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지역의 농산물이 브랜드화를 위한 경쟁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과 농부의 진심을 담은 홍보야말로 지역특산물을 다른 지역의 상품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자양분일 것이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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