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나라 살림살이와 민초들의 삶

입력 : 2021-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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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채 올 900조원대 달해

곧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를 듯 밑 빠진 독 물 붓는 꼴은 안돼

씀씀이 전반에 방만함 없는지

꼭 필요하고 시급한 지출인지 예산 구조 진지하게 재검토를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란 말이 국민적 인사말이던 때가 있었다. 따지고보면 서민 처지에서 살림살이가 평안했던 적은 거의 없다. 늘 부족하고 늘 쪼들린다. 게다가 언론은 늘 나라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어쩌다 조금 형편이 좋아진다 싶으면 “과소비 마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들은 말은 “나라 경제가 어렵다, 위기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사조차 나누기 민망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대다수 형편이 어려운 데다, 길거리마다 가게들이 썰렁하고 장사 잘되는 집은 거의 없다. 직장인들도 뭔가 푸석푸석하다. 모두 걱정이 태산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노동자나 농민, 서민들은 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해왔고, 행여 잘리기라도 할까 봐 허리띠를 졸라매며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스스로를 닦달해왔다. 그러나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편안한 날은 그다지 없고 늘 쪼들린다. 그런데 별로 말은 않지만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는 더 쪼들린다.

나라 살림살이 규모나 나랏빚이 얼마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의 예산규모는 1966년 1200억원대에서 1970년 4000억원대로, 1975년 1조원대에서 1980년 5조원대로, 1990년 22조원대에서 1995년 54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또 2000년 92조원대에서 2005년 194조원대로, 2010년 292조원대에서 2020년 482조원대, 그리고 2021년 새해엔 558조원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엔 정부 빚이 미약했던 데 비해 민주화 이후 빚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부 빚은 1988년 18조원대, 1992년 31조원대, 1997년 60조원대, 2002년 133조원대, 2007년 299조원대, 2012년 443조원대, 2017년 660조원대를 기록했고, 2020년엔 815조원대로 나타났다. 올해는 정부 부채가 900조원대에 이르러 조만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가 부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면 한마디로 ‘빚더미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5000만 국민 중 2500만명 이상이 날마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데, 정부의 예산이 500조원대인데, 빚이 800조원 이상이라니. 이 얼마나 이상한 살림살이 구조인가.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살림살이 전체가 방만해진 감이 있다. 그것은 많이 일하고 많이 벌어 많이 소비하는 게 잘사는 것이란 기본 관념에서 나온다. 물론 소유·소비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기업·단체·정부 등 나라 살림살이 구조가 전반적으로 방만해진 것도 사실이다.

둘째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민주화 이후 노동자·농민·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복지 욕구가 증대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살림살이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더 빨리 늘어났다.

셋째, 관성의 법칙이다. 개인의 살림살이 구조를 생각하면 적자가 쌓이면 수지를 맞추고자 꼭 필요하고 긴급한 게 아니라면 과감히 줄이거나 없앤다. 그러나 정부 살림살이 구조는 해가 갈수록 관성이 작동하고 가속까지 붙어 한번 예산 항목이 설정되면 쉽사리 줄이거나 없애기 어렵다. 가장 쉬운 일례로 남북평화를 앞당겨 국방 예산은 줄이고 그 대신 교육이나 복지 지출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국방 예산 자체만 해도 이미 한해 예산의 10%에 가깝고 해가 갈수록 비중은 줄지 않고 절대액도 증가한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쳐 추가경정예산이다 긴급지원금이다 해서 수조원씩 투입한다. 물론 그렇게 긴급 수혈이 되어 정말 어려운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게 보이면 좋겠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부어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갈수록 더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입하기만 하고 살림살이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다면, 우리는 당장 풍요를 구가하는 듯 살지 모르나 서서히 가라앉는 배처럼 침몰할지 모른다. 개인 살림살이는 물론 나라 살림살이 구조를 보다 심각하게 들여다볼 때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헛살지 않기 위해서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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