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사회적 이익과 함께하는 포용적 자본주의

입력 : 2020-12-16 00:00

01010101801.20201216.900009303.05.jpg

‘기업 목적은 주주의 이익 창출’ 1980년대 경영계 지배적 견해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거치며 이해관계자 중심 기업론 급부상

직원·소비자 등 공공 이익도 중시

공정한 경제시스템 마련 움직임

 

여러모로 기억할 만한 2020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됐고, 정의와 불평등에 대한 관심 또한 고조된 한해였다.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기업의 목적에 관한 밀턴 프리드먼의 독트린(신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와 고용의 주체로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밀턴 프리드먼의 그 유명한 글은 1970년 9월13일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렸다. 두 페이지에 걸친 기고문의 제목은 ‘프리드먼 독트린-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였다. 이 시각은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고, 이후 학계뿐 아니라 경영계의 지배적인 견해로 자리 잡았다. 1997년에 이르러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은 “기업의 가장 주된 목적은 기업의 주인(주주)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주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리드먼의 견해는 미국뿐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인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기업의 목적은 돈 많이 버는 것이잖아”라는 식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기업인들을 숱하게 봤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견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도전받기 시작했다. 위기를 겪으며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기존의 보수주의적 경제관은 뿌리째 흔들렸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자 조 바이든은 대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론을 주창해왔다.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론은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과 소비자, 부품 공급자를 포함해 넓게는 기업이 속한 사회의 이익을 함께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프리드먼의 주주 중심 기업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론이다.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론은 힘을 얻었다. 영국 학술원이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공공의 이익이 함께 잘 정렬돼야 한다”고 주창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2019년에 마침내 자신의 1997년 입장을 전면 수정했다. “우리 개개의 기업은 각자 고유의 기업 목적을 가질지 몰라도,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우리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봉사한다는 견해를 공유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 11월에는 보수주의 경제학의 요람인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밀턴 프리드먼 50년 후>라는 전자도서가 발간됐다. 루이지 징갈레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책 서문을 통해 “기업의 이익 추구는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지 않는 상태에서만 정당하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견해”라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조차 기업이 독점적인 위치 속에서 다른 경제주체보다 우위를 점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옹호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주주 중심 시각과 이해관계자 중심 시각의 학자들이 함께 필진으로 등장했는데, 주주 중심주의 학자들조차 기업이 추구해야 할 이익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가 아닌 장기적인 이익이어야 하고, 이 점에서 주주의 이익은 사회적 이익과 함께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단기적이고 사적인 이익 극대화를 공공연하게 부르짖는 주장은 이제 더이상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달 8일에는 ‘바티칸(로마 교황청)과 함께하는 포용적 자본주의 위원회(Council for Inclusive Capitalism with Vatican)’가 발족했다. 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BP(비피), 알리안츠, 듀폰, 머크, 캘퍼스, 존슨앤존슨 등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황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경제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된다”면서 “자본주의가 보다 포용적인 도구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도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용기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