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되는 길

입력 : 202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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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자본금·경영능력 필요

상속·증여 등 부의 대물림은 한국 최고 부자들 1%에 해당

부동산이 현실적 대안이지만 거품 경제이자 투기 경제 불과

사람은 100년도 못 사는 존재 소박한 삶이 진정한 부자의 삶

 

한때 “부자 되세요!”가 국민적 인사말로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2008년 2월∼2013년 2월)다.

바로 그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월29일 대법원에서 유죄(뇌물 등 혐의) 판결로 17년형을 받았다. 미국식으로 따지면 수백년형을 살아야 하지만 한국 법원은 정말 관대하다. 그러나 17년조차 사실상 ‘종신형’을 뜻하기에 꼭 미국식으로 계산할 필요는 없겠다.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 되기’에 매달린 결과가 곧 종신형이란 점이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한국의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부의 주된 원천은 첫번째가 사업 수익이고, 두번째는 부동산 투자, 세번째는 상속·증여로 나타났다.

먼저 부자가 되는 왕도 1위인 사업 수익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는 300만개 이상의 사업체가 공식 등록돼 있지만, 이중에서 진짜 부자로 사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10대 재벌 외에 정말 잘나가는 사업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잘나가는 사업체 중에서 노동·인권이나 환경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 곳이 몇이나 될까? 나아가 부자는 부자이되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끼는 이는 몇이나 될까?

부자의 왕도 2위인 부동산 투자는 자본주의 돈벌이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집과 땅이 ‘부동산’이라 불리는 것 자체가 땅에 대한 모독이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부동산이야말로 돈벌이의 지름길이다. 일반 사업과 달리 부동산에서는 투자와 투기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 거주나 경작을 위해 땅을 구입하는 건 ‘필요의 경제’이지만,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투기’이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부동산 경제는 거품 경제이자 투기 경제다. 이것은 잡고 붙들어 매야 할 대상이지 결코 풀고 방치해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업가 정부는 물론 현재의 민주화 정부조차 부동산 경제에 매몰돼 있어 갈 길이 요원해보인다.

일례로 현 집권여당 주도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과 함께 세종시 집값은 폭발적으로 치솟았는데,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이라는 정치적 구호와는 달리 난개발이나 투기에 대한 대응은 거의 전무하다. 지난 10년 동안 공급된 세종시 아파트 10만가구의 4분의 1을 공무원 등이 분양받아 재산 불리기에 사용했고,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 역시 주거용보다는 자산 증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세종시 아파트를 가진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똘똘한 한채’ 이상 보유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10월31일 시행된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지난해보다 약 5만명 늘어난 34만여명의 수험생들이 몰려든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1983년 공인중개사 시험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했다. 게다가 ‘노후 대비’ 차원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겠다는 것도 옛말인 듯, 상대적으로 젊은 30∼40대 수험생들이 60%를 차지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조차도 미래 전망이 별로 밝지 않기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동산 경제로 몰린다는 얘기다.

부자의 왕도 3위는 상속·증여 등 부의 대물림이다. 이는 한국의 최고 부자들 1%(크게 보아도 10%)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또는 90%)의 대다수에게 부자의 왕도는 사업을 빼면 부동산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사업은 자본금과 경영능력이 필요해 누구나 도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제는 삶의 필요를 충족하는 게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투기판을 촉진한다. 최근 서울 집값은 수십억원대 수준으로 올랐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사람은 어차피 100년도 못 살고 흙으로 돌아갈 존재들이다. ‘흙(humus)’이란 말과 ‘겸손(humility)’이란 말은 뿌리가 같다고 한다. 우리 모두, 좀 겸손하고 소박하게 살다가 조용히 낮은 곳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소박한 삶이야말로 진정 부자로 사는 길이 아닐까.

강수돌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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