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땅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입력 : 2020-10-07 00:00

기획부동산, 돈 좀 있는 이들 부동산에 투자하도록 꾀어

일부 공무원은 뇌물 받고 편법

‘투자자’가 갈수록 ‘투기꾼’ 둔갑 한반도 전역 투기 대상 변질 우려

정치가·행정가, 난개발 막아야

 

원래 땅은 뭇 생명의 어머니다.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얻는 토대이며 온갖 야생동물들을 먹여 살린다. 풀과 꽃, 나비와 벌, 채소와 열매 없인 살기 어렵다. 크게 보면 강이나 바다조차 땅이다. 수산물과 해산물도 모두 땅의 산물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땅이 있으니 집을 짓고 산다. 허공의 아파트조차 땅의 기초 없인 불가능하다. 그 땅에 길이 있어 사람들이 다닌다. 학교나 일터나 문화 등 그 모든 게 그래서 가능하다. 이렇게 살림살이 관점에서 보면 땅은 우리 삶의 기본 토대이며, 따라서 고맙고도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요즘은 땅이 돈인 세상이 됐다. 살림살이 관점이 아니라 돈벌이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 모든 땅이 돈이다. 그래서 어느 부동산 중개소 간판에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땅을 사놓으면 반드시 돈을 번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살림살이 관점에선 이 말 자체가 거짓말이다. 왜 그런가?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서울 강남에 어느 기획부동산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청년들을 고용한다. 연봉이 얼마며, 전망이 어떠하다고 꼬드긴다. 골짜기까지 상세히 보이는 지도를 준다. 이들이 하는 일은 세종시나 여타 혁신도시들처럼 새로이 건설되는 곳 즉, ‘기회의 땅’이 열리는 곳의 외곽을 이 잡듯 샅샅이 뒤져 미개발 농경지나 임야를 찾아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지만 머리를 잘 쓰면 금세 황금이 되는 곳들이다.

이제 그런 땅을 팔아야 한다. 누구에게? 중산층 이상 돈이 좀 있는 이들에게. 그래서 매주 부동산 세미나를 연다. “누구는 어디에 투자해 1년 만에 몇억 벌었다.” 이 한마디면 모두 눈이 뒤집힌다. 그래서 15명 내외를 한팀으로 꾸려 매주 세종시로 ‘부동산 투어’를 간다. 현장까지 소풍을 가는 셈이다. 맛집도 즐기고 돈도 벌고!

현장에 가보면 농경지나 임야(야산)가 있다. “저기에 어떻게 집을 짓나요?” 누가 물으면 회사는 멋진 설계도를 내민다. 잘 정리된 전원주택 단지 그림이다. 약 660㎡(약 200평)씩 되는 땅을 하나씩 분양한다. 원래 농경지나 산을 개발하려면 진입로도 만들어야 하고 행정당국에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며, 오폐수시설이나 각종 인프라(도로·전기·수도·근린생활시설 등)를 만들어야 한다. 한 개인이 하긴 어려우니 회사가 다 알아서 한다고 안심시킨다. 이제 투자자들은 전체 비용의 N분의 1씩만 부담하면 된다. 개인이면 엄두도 못 낼 일인데 부동산 회사가 다 알아서 한다니, 뭉칫돈 불리고 싶은 자들은 그냥 돈을 통장으로 쏴주면 끝이다. 돈만 투자하면 집 지을 땅이 저절로 생기고, 시골에 별장을 하나 지을 수도 있고, 정 안되면 차익을 남겨 팔면 된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회사’나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왜? 법이나 정책으로 규제되는 지역도 마치 규제가 없는 것처럼, 개발이 불가능한 보존지역인데도 개발이 되는 것처럼 속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청 공무원들 역시 높은 사람의 부탁이나 뇌물 앞에 거짓을 행한다. 머리를 쓰면 불법이 합법처럼 둔갑한다. 각종 조작과 편법을 쓴다. 예컨대 거주자가 거의 없는 농경지 한복판에 ‘근린생활시설’ 허가가 나고, 좁은 농로가 2차선 도로로 변한다. 산지 경사도 기준을 피하기 위해 의원들을 통해 조례를 바꾼다. 이런 식이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고 규정을 우회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각종 개발 정보를 남보다 우선 접하기에 땅 투기하기도 좋다. 개발업자들을 도와줘야 자신이 사놓은 땅이 쉽게 황금으로 변한다. 인생은 아름답고 땅은 황금 덩어리다!

그래서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돈밖에 보이지 않는 자들이 ‘순진한’ 중산층을 꼬드겨 투기꾼으로 만든다. 처음엔 투자자이지만 갈수록 투기꾼으로 변한다. 이런 식으로 삼천리금수강산이 ‘삼천리 투기강산’으로 변한다.

남북통일? 무섭다. 북한도 투기 대상으로 변할까 봐 무섭다. 투기와 난개발, 기획부동산을 잡지 않으면 경제도, 통일도 모두 헛일이다. 정치가나 행정가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자!
 

강수돌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