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재난지원금 논란의 세가지 한계

입력 : 2020-09-02 00:00

‘보편 vs 선별’ 지급방식에 매몰

① 영세농민 지원 논의 없어

② 팬데믹 근본 대책 고민 부족

③ 국가 총부채 심각한 수준

종합적 고려해 대안 제시를

 


1차 재난지원금에 이어 2차 재난지원금 논란이 한창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상당한 의견 차가 존재한다. 일례로 박주민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했다. 그 근거는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모든 분위의 근로·사업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일단 2차까지는 전국민에게 지급하고, 그 대신 고소득자들에게는 연말정산이나 소득신고 때 환수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 근거로는 “지난번에 대구시가 (1차 때) 선별 지급을 해봤더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 것.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미 정부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 국민 1인당 3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은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고 밝혔다. 신동근 의원 역시 “재난을 당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게 훨씬 (소비 진작) 효과가 크다”고 보고 “하위 50%에게 2배를 주자”는 제안을 했다. 이원욱 의원도 “최근 통계를 보면 국가 경제가 얼마나 어렵고, 어느 계층이 더 어려워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월세도 못 내고 이자도 못 갚고 있는 계층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재난지원금 관련 논란을 보면 우선은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안에 변한 것을 느낀다. 무상급식이나 기본소득 논의와 마찬가지로 그 전엔 상상도 어렵던 제도들이 정치권에서 공식 논의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재난지원금 논의엔 큰 한계가 있다.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이 아니라 두달 가까운 장맛비에 농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일례로 장마에 고추는 탄저병 등 병이 드는 바람에 풋고추는 물론 홍고추가 거의 전멸이다. 전국민이 기초 양념으로 매일 쓰는 고춧가루는 여기서 나온다. 복숭아나 수박·배도 타격이 크다. 비닐하우스 작물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노지 과일은 거의 결딴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을 위한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은 아쉽다.

둘째, 코로나19와 같은 전세계적 재난이 ‘재난지원금’으로 극복될지도 의심스럽다. 사실 재난지원금은 빈곤층에게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어 절망감을 극복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 등 기초 생필품 시장 활성화엔 도움을 줄지언정, 코로나19 사태를 유발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유통과 대량폐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재난지원금은 시장 활성화나 생필품 자본의 돈벌이에 도움이 될 뿐 재난의 원인 제거와는 무관하다.

셋째, 누구나 ‘공돈’이 생기면 반길 것이다. 하지만 그 ‘공돈’은 어디서 오는가? 지금 한국 정부의 부채나 국가 전체(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700조원 이상)이고, 국가 총부채는 5000조원 수준이다. 갓난아기를 포함해 국민 1인당 빚이 평균 1억원이다.

현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면 미래가 암담하다. 반면 현 상태로도 재벌이나 대기업·고위직 공무원·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층은 돈놀이, 즉 재산 증식에 몰두한다. 그러나 대다수 민초는 늘 허덕인다. 자산 불평등은 물론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이 상황에서 국가 부채의 급증은 나라 살림살이에 큰 ‘싱크홀’이다. 이런 총체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난지원금 논의는 문제다.

결론적으로 (기업농이 아닌) 영세농민들의 어려운 상황, 코로나19 등의 근원적 극복을 위한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 급증하는 나라의 부채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대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민초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잃으면서까지 뼈 빠지게 일하는데 나라 살림살이는 갈수록 빚더미라는 모순,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 대안과 중장기적 대안이 풍부하게 개발·토론·시행돼야 옳다. 인기도나 권력 경쟁의 덫에서 허우적거릴 일이 아니란 말이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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