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 유감

입력 : 202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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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빠진 반쪽짜리 결과 농민 원천 배제는 결정적 결함

코로나 사태 원인 진단도 부재

자본주의시스템, 현 위기 초래

큰돈 들여 문제 반복 막으려면 속도보다 차분한 성찰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경영계·정부·공익 위원들이 참여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이 7월28일 열렸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막판에 불참해 아쉽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제도적 틀 속에서 이뤄진 의미 있는 성과”라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연대와 상생의 정신을 발휘한 노사정 대표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노·사·정·공익 대표들이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 때(정리해고와 파견제 도입)와 마찬가지로 몇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결함을 지닌다.

첫째, 노동계 대표 중 가장 중요한 민주노총이 그간의 회의엔 참여했어도 최종 합의엔 빠졌다. 그 이유는 최종 합의안에 대해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참여자의 61.4%(1311명 중 805명)가 반대했고 김명환 위원장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몇가지 ‘독소조항’ 탓인데, 구체적으로는 근로단축·휴업·휴직 시 노동계가 협력한다, 경영계 휴업수당 감액신청을 정부가 신속 승인한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도입 때 ‘전속성’을 기준으로 한다, (‘해고 금지’와 ‘총 고용 보장’을 명시하지 않고)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등이다. 이 내용이 결국은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둘째, 노사정 합의라는 틀이 (온 사회의 밥상을 차리는) 농민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 문제다. 사회적 합의란 원래 사회구성원들을 골고루 대표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엔 노동자·농민 외에도 여성·청년·노인·장애인·이주민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중에서도 농민은 우리의 식량 등 먹을거리 생산을 책임지는 대단히 중요한 주체다. 이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자체의 근본 결함이다.

셋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단과 성찰이 선차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말로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이지 그런 진단이나 성찰은 부재했다. 합의 내용 중 일부인 ‘감염병 예방, 방역, 의료 인프라 확대’는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결코 충분하진 않다. 달리 말하면 이번 합의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자본의 이윤 위기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사실 코로나19 사태의 뿌리엔 현 사회경제시스템이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단지·농공단지·아파트단지 건설이나 도로 확장 등을 위해 각종 숲 등 야생동물(박쥐·천산갑 등) 서식지가 부단히 파괴되고, 박쥐 같은 야생동물들을 음식이나 반려동물 등으로 상품화하며, 생산·소비 과정에서 분출되는 이산화탄소·불화탄소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함으로써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들이 결국 인체로 옮겨온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전 지구적 전염병 발생의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서식처를 파괴하지 않고, 야생동물 상품화도 중단하며, 생산·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예방하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합의엔 그런 성찰과 대안이 전혀 없다.

이제 정리해보자. 우리가 당면한 사회경제 위기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이름만 빌려 궁극적으로 자본의 이윤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쇼크 독트린>이란 책을 쓴 나오미 클라인은 이런 식의 자본주의를 ‘재난 자본주의’라고 명명한 바 있다. 게다가 7월14일 대통령이 직접 공표한 ‘한국판 뉴딜’ 역시 바로 이런 성찰 없이 노사정 합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16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만 쓰고 용두사미로 그칠 위험이 있다.

민주노총이 빠진 채 나온 ‘반쪽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문제는 속출할 것이고 노사간·노정간 갈등이 빈발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일자리 유지와 기업 살리기를 맞교환하듯 진행된 피상적 합의에 만족할 일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과 경쟁 시스템이 가진 근본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고민해야 한다. 성급한 합의보다 차분한 성찰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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