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같은 땅, 다른 삶

입력 : 2020-04-22 00:00 수정 : 2020-04-22 23:50

코로나19로 고용시장 위축 임시·일용직 등 피해 집중 소득불평등 심화 우려 커 취약계층 피해 방관하면 경제 전반에 ‘도미노 타격’ 맞춤형 정부 지원책 시급


우리 각자는 같은 땅에 살고 있지만 상당히 다른 삶을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의 확진 이전 며칠간의 동선은 그걸 말해준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인 50대 여성은 오전 8시 전에 버스로 출근하고, 사내 휴게실에서 팀원들과 늦은 점심을 하고, 오후 6시30분에 버스로 퇴근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한번 쇼핑을 했고, 저가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를 한차례 방문했다.

미국에서 입국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20대 여성 확진자는 마트가 아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렀고, 스타벅스 신사점에 매일 출근했다. 어떤 날은 두차례나 들렀다. 동료와 휴게실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던 구로구 확진자와 달리 고급 한우를 파는 고깃집을 거의 매일 방문하고 있었다.

같은 땅에서의 다른 삶은 코로나19 위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초기 방역에 성공한 한국은 전 국민의 0.1% 수준만이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70~80%의 국민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에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경제위기의 영향을 훨씬 덜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코로나19 위기의 충격을 가장 작게 받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고용절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수는 2660만명으로 2월 2683만명보다 23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임금근로자의 상황을 종사자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직은 3만5000명 감소에 그쳤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22만명, 8만명 등 30만명이 줄었다. 임금근로자가 34만명이나 줄었음에도 취업자수 감소가 23만명으로 나타난 것은 비임금근로자, 특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은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게 차별적으로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 음식숙박업·도소매업·스포츠헬스센터 그리고 학습지교사 등 개인사업서비스를 중심으로 경제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2월 2088만명이었던 36시간 이상 취업자수가 3월에는 1995만명으로 93만명이나 줄었고, 일시 휴직자가 전월 대비 99만명이나 늘었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징조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개월 사이에 실질적으로 100만개 수준의 일자리가 아직 취업자로는 분류되지만, 휴직 상태가 됐거나 자영업의 경우 휴업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서 언급한 임시·일용직 일자리 감소까지 감안하면 13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책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일시 휴직자가 전월 대비 99만명이나 늘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실업이나 폐업을 선택하지 않고 휴직이나 휴업을 한다는 것은 위기가 완화될 경우 빠르게 정상적 경제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이나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의 신속한 의결과 정부 및 금융기관의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이외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혹은 생활방역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위기의 고통을 가장 심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경제위기가 왔다면서 해고의 자유를 외치는 일부 단체나 연구자들의 주장은 생뚱맞기 그지없다. 사회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취약계층이 어려워지고 개인사업서비스와 중소기업이 무너질 때 나머지 계층과 대기업들이라고 계속 살아남는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



김용기는 …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 국제정치경제학(금융) 박사 ▲현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윈회 부위원장 ▲현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저서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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