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입력 : 2020-03-25 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활개를 친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유럽 등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에피데믹(유행)’ 수준을 넘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라 선포했다. 단순 유행병이 아니라 전면 유행병이란 뜻이다. 이와 더불어 공포감이 온 세상을 휩쓸고 경제 역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일례로 1월1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한달도 지나지 않아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주식의 시가총액이 약 740조원에서 약 640조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왜 그런가? 우선은 불안감에 질린 일반 소비자들이 외부활동을 꺼리니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다. 길거리 가게부터 극장이나 푸드코트·놀이공원·백화점에 이르기까지 타격이 크다. 또 확진자·보균자가 방문한 가게나 공공장소는 폐쇄 또는 임시휴업을 하게 된다.

코로나19의 전염과 유행이 일으키는 사회적 공포는 ‘돈벌이 경제’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공포마케팅’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나 손소독제다. 원래 마스크는 보균자 또는 감염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한 일반인들도 바이러스가 자기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하고자 마스크를 쓴다. 한꺼번에 마스크를 찾는 이가 늘다보니, 약삭빠른 사람들이 매점매석을 하기도 했다.

또 어떤 보험사는 ‘코로나19 사망자에게 목돈을 드린다’는 식으로 생명보험 상품을 개발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유사하게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공기청정기’ 상품까지 나왔다. 모두 공포심을 활용한 돈벌이 전략들이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코로나19와 경제문제를 보면 사태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첫째는 서울 구로 콜센터 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리 몸이 아파도 쉽사리 ‘병가’조차 낼 수 없는 조직 분위기나 사회 분위기 탓에 개인의 병이 쉽게 온 사회로 퍼진다는 것이다. 콜센터만이 아니라 모든 일터가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조차 단 일주일 만에 수십명의 감염자가 나왔겠는가? 몸이 아프면 충분히 쉴 수 있어야 전염병도 예방된다.

둘째는 일과 삶이라는 두 영역 모두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대다수가 평소 면역력이 약하다는 사실이다. 매일 마음의 여유 없이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우리들, 몸과 마음의 기본 에너지와 내공을 키우며 심신을 단련할 기회조차 없는 우리들, 그저 바삐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들, 이 모두가 우리를 신종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몸속으로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아낼 저항력, 즉 면역력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 먹는 일회용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음식 자체가 그리 건강하지 않은 면과도 연관이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인간이 돈벌이를 위해 인간 공동체는 물론 자연 생태계를 전례 없이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위기는 물론 서식지 파괴, 종 다양성 파괴로 인해 생존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들이 사람 가까이 접근한다. 반대로 인간이 야생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식품으로 상품화하는 일도 문제다. 위생도 문제지만 탐욕이 더 문제다. 이런 식으로 동물들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인수공통전염병이 생긴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독감들이 그랬다. 사스·에볼라·메르스만이 아니라 니파·에이즈도 그 예다. 데이비드 콰먼이 쓴 책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 바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컨테이젼>에도 글로벌 자본이 공장을 짓느라 숲을 파괴하자 쫓겨난 박쥐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날아들고, 결국 박쥐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된 것이란 설정이 등장한다.

이 모든 사태의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돼온 탐욕적인 돈벌이 경제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살림살이 경제’가 필요하다. 적게 먹고 적게 싸며, 많이 걷고 많이 나누는 삶, 덜 파괴하고 많이 연대하는 삶이 정답 아닐까?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시각에 동의할까?
 



강수돌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저서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영화관에 간 경영학자> <중독의 시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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