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안락한 삶과 번영은 사회적 산물

입력 : 2020-03-11 00:00 수정 : 2020-03-11 23:58

우리 사회 코로나19 사태 겪으며 공존 의식·행태 소중함 빛 발해

공동체 희생 시킨 불평등 경제 사회적 연대 기반 허물어뜨려

농협, 협동조합 정신 더욱 발휘 재앙적 상황 선도적 해결나서야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3일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친 후 대구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의료지원을 하기 위해 본래 9일로 예정됐던 임관식까지 앞당겼다고 한다. 졸업식 전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업현장을 방문해 “임관 직후 곧바로 (대구로) 보내게 돼 안쓰럽다”고 젊은 장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연대정신의 필요성, 그리고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안전과 보건분야 공공서비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회와의 공존을 중시하는 의식과 행태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광주시민의 대구시민에 대한 병상 지원이나, 중국 상하이시가 자매도시인 부산에 50만장의 마스크를 지원한 일은 우리 사회에 감동과 힘을 준다. 안전과 보건뿐 아니라 돌봄과 같은 공공서비스 일자리가 ‘돈을 쓰는 일자리’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인프라였음을 실감한다.

사실 우리의 안락한 삶과 번영은 우리가 속한 사회가 주는 공동의 산물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 라이언 아벤트는 부의 사회성을 지적한 바 있다. 2016년 국내에 <노동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저작<The Wealth of Humans>에서 아벤트는 우리의 부는 우리가 벌어들였을 수는 있지만, 그 근원은 사회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의 성공은 그의 재능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18세기 프랑스혁명 시기에 태어났거나 20세기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빌 게이츠가 아닌 20세기 미국에 사는 다른 누군가가 성공했을 것이다. 정보와 생산활동을 결합시켜 부를 만드는 환경이 갖춰진 미국사회에 빌 게이츠가 속했다는 점이 빌 게이츠 개인이 지녔던 재능이나 노력보다 빌 게이츠의 성공에 훨씬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공동체를 희생시키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용인돼왔다. 심지어는 정부가 앞장서서 그 제도적 틀을 마련해주기까지 했다. 민간금융사에 부여된 금융이라는 공적 기능을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의 수단이 되게 해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 결과 일부 은행은 이자이익을 통한 사상 최대의 수익을 구가했지만, 집값 상승이라는 렌트(초과이익)를 누리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고, 젊은이들이 근로소득으로 집을 살 수 없는 ‘희망 없는 사회’가 초래됐다. 임금격차와 실업, 비정규직 문제는 일부 민간기업 경영진의 탐욕에서 비롯되거나 공공기관에 의해 조장되는 사례도 많았다.

행동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초래된 불평등한 경제는 사회적 연대의 기반을 허문다. 극심한 궁핍의 상태에서 우리는 용기를 잃는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해 가능성을 성취하려는 열망을 포기하게 된다. 경제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부조리는 쉽게 정치·사회 영역으로 번진다. 양극화와 의도된 가짜뉴스를 통해 사회의 연대의식은 더욱 약해진다. 각자도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적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신임 간호장교들은 사회의 존립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인재로 성장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일부 청년들은 안타깝게도 사이비종교의 늪에 빠지게 됐다.

생각해보면 성장의 대부분은 공적 영역에서 수행된 기초과학의 성과가 민간으로 확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일들은 개인적인 노력이나 경쟁자가 독식하는 환경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개발의 성과가 사회적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민간부문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공적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전염병의 확산에 직면한 우리 농촌사회와 농협이 공존의 협동조합 정신을 더욱 발휘해 이 재앙적 상황을 선도적으로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김용기는 …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 국제정치경제학(금융) 박사 ▲현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윈회 부위원장 ▲현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저서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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