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2020년,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입력 : 2020-02-12 00:00 수정 : 2020-02-12 23:34

세계경제포럼 리스크 제시

올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 감염질병 대규모 확산 우려

세계경제 취약성 확대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도전

분열과 갈등보단 화합해야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이 1월15일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세계경제포럼은 각계 전문가 조사를 통해 그해 예상되는 글로벌 리스크를 연초에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세계는 강대국(미·중)간의 충돌로 혼란이 일상이 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강력한 경제·인구·기술력으로 힘 대결을 펼치고, 경제뿐 아니라 환경·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협력구조나 논의체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간 지정학적·경제적 충돌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취약성이 확대된다. 각국의 사회통합은 약화되며 환경 리스크, 디지털 분할 심화, 보건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 증가한다. 세계경제포럼은 30개의 주요한 글로벌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는데, 여기에는 감염질병의 대규모 확산 리스크도 포함돼 있다.

세계경제의 취약성 확대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얼마 전 2019년 세계경제성장률이 2.9%였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2%에 턱걸이한 것을 감안하면 2.9%는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2.9%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8년 평균 성장률 3.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선진국 경제는 2% 이하에서 움직이지만 중국이나 아세안과 같은 신흥국가들은 5% 이상의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기 때문에 세계경제성장률은 쉽게 3%를 넘어선다. 1980년 이후 40년간 세계경제성장률 추세치는 3.5%였다.

2019년과 같이 세계경제성장률이 2.5~3.5% 범위의 하단에 위치하게 되면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따른 중국경제의 위축과 세계경제의 충격이 우려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2.5~3.5% 범위의 하단에 자리할 경우 세계경제성장률이 실속 속도(Stall Speed)에 근접했다고 분석한다. 실속 속도란 비행기가 수평비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속도를 말하며, 속도가 이보다 떨어지면 비행기는 더이상 날 수 없다. 세계경제성장률 2.5%는 경기침체로 바뀌는 임계점인 것이다.

IMF는 현재 2020년과 2021년의 세계경제성장률을 각각 3.3%와 3.4%로 잡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전망한 후 빈번하게 하향조정하는 IMF의 전력을 생각할 때 2020년 성장률이 2.5~3.5% 범위의 상단에 위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교역증가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교역증가율은 1%에 그쳤다. 이는 2010~2018년 평균 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1980년 이후 네번째로 낮은 수치다. IMF는 최근 미·중 양국의 1단계 무역협정이 타결되면서 교역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해 2020~2021년 교역 평균 증가율을 3.3%로 예상했지만 이 또한 희망사항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미·중 무역전쟁 이전의 3%보다 6배나 높은 19%에 달하고, 미·중뿐 아니라 미·유럽간 무역갈등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IMF가 규정하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진행되면 세계경제의 50%는 실질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나머지 50%는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겨우 지속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글로벌 경기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2009년에 발생했는데, 당시 세계경제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리해보면 올해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의 임계점인 2.5%에 근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중국경제 침체의 영향에 취약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화합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2020년이다.
 



김용기는 …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 국제정치경제학(금융) 박사 ▲현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 ▲현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저서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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