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권정생 선생의 ‘장군님과 농부’

입력 : 2020-01-29 00:00 수정 : 2020-01-29 23:57

장군, 전쟁 나갔다가 홀로 도망 농부 노인 만나 극진한 대접받아

살아 돌아온 병사·백성들은 장군만 남겨두고 농부와 떠나

우리가 섬겨야 할 훌륭한 분은 온갖 먹을거리 생산하는 농민



동화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1937~2007년)이 쓴 글 가운데 <장군님과 농부>란 이야기가 있다.

전쟁에 나갔던 장군은 적군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위험을 뚫고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산 넘고 물 건너 어느 시골마을에 이르러 오두막 한편에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농부 노인은 장군의 군복과 계급장을 보자마자 “오, 장군님”이라고 인사하며 먹을 것을 갖다준다. “총알이 빗발쳐 부하들은 죽었지만 간신히 살아났다”고 말하는 장군에게 농부는 “위대한 장군님은 절대 죽어선 안된다”고 답한다. 감자를 먹은 장군이 목마르다고 하자 노인은 물도 주고 잠자리도 마련해준다.

한참 지난 뒤 대포 쏘는 소리에 장군은 놀라 일어난다. 장군과 농부는 같이 도망을 친다. 바닷가에 이르러 작은 배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도구가 없다. 농부가 지혜롭게 돌로 도끼와 칼을 만든다. 농부는 마침내 뗏목을 만들어 여러날 비바람을 헤치며 바다를 건너 드디어 무인도에 다다른다. 노인은 오두막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장군을 지극히 모신다.

누군가 구해주러 올 것을 기다린 끝에 배 하나가 푸른 깃발을 달고 나타났다. 병사들과 백성들이 내려 “장군님!”이라 외치며 절을 했다. 그런데 그 절은 장군이 아닌 농부 노인에게 한 절이었다. 노인이 놀라 말했다. “장군님은 저분이오. 내가 아니오.”

그러나 병사들과 백성들은 “아니오. 저 사람은 가짜요. 우리들을 전쟁터에 남겨두고 혼자서만 도망친 자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병사가 노인의 손을 잡고 “이분은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 목숨을 사랑하는 분이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의 손을 보라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아니오. 나는 장군이 될 수도 없고, 장군이 되는 것도 싫소”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장군이 되기 싫은 분이 바로 장군의 자격이 있습니다. 모든 백성들이 바로 장군입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렇게 해서 백성들과 농부는 장군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당신은 혼자 있기 좋아하니까 그 섬에서 혼자 사세요. 우릴 버리고 도망간 걸 생각하면 벌을 주고 싶지만, 사람 목숨은 함부로 할 수 없으니 그냥 살려두는 거요”라고 말하며 “만일 당신이 우리처럼 진정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싶다면 스스로 배를 만들어 타고 건너오시오. 그리고 함께 일하며 남을 섬기면서 살도록 하시오”라고 요구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첫째, 백성을 섬기는 농부 노인 같은 이가 진정한 장군감이요, 백성을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 장군은 참으로 나쁜 사람이란 점이다. 지금도 논밭이나 바다에서 만백성을 위해 온갖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어민들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섬겨야 할 훌륭한 분들이다.

둘째, 이 이야기에서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던 백성들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자다. 따지고 보면 농부 노인은 거의 ‘무조건’ 장군을 극진히 모실 정도로 좀 바보스러운 면이 있었다. 물론 바보 같은 농부조차 결국은 깨닫게 되겠지만, 저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내 마음은 답답했다. 오히려 이야기 말미에 나오는 백성들이야말로 깨어 있는 이들로, 이기적인 무리나 바보스레 복종하는 이들을 이길 진정한 풀뿌리 힘이다.

끝으로, 우리는 농부 노인을 통해 삶의 기술이나 자율성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일상적인 삶의 지혜나 기술은 무시하고 ‘전문가’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오히려 삶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불구자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치고 텃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열매를 거둬들일 줄 아는 이가 과연 몇일까? 부자들 중에 의자가 고장 났을 때 고칠 수 있는 이가 얼마일까? 우리가 날마다 배설하는 똥이나 오줌을 편안히 변기 속으로 흘려보내며 매번 10ℓ씩 물을 낭비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런 점에서 우리는 농부나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삶의 지혜와 기술을 다양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강수돌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저서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영화관에 간 경영학자> <중독의 시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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