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지속가능한 농업, 과연 가능한가

입력 : 2019-12-18 00:00 수정 : 2019-12-18 23:36

오늘날 세계농업은 대형화·기계화 등으로 농식품 독점자본이 지배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선 유기농·자급농 등 육성하는 농업방향으로 전환해야
 


언젠가부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이 중시되고 있다.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현재의 필요도 충족시키자는 개념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현재의 구조나 관행으로서는 인류와 지구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구조나 관행은 무엇인가? 특히 농업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문제인가?

일반적으로 ‘지속가능성’이란 말은 자본주의 산업화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1972년에 나온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브룬트란트 보고서(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개념이 제안됐다. 현재의 세계는 그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조차 지속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 산업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건드리진 않는다.

따지고 보면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이란 책을 낸 1962년이 이런 문제의식의 원조다. 카슨은 따뜻한 봄이 왔는데도 숲속에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농지와 산지에 와 같은 살충제를 대량 살포한 까닭에 벌레들이 죄다 죽었고, 벌레가 없으니 새들이 날아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건대 인류가 정말 이성적이라면 그런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수용한 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종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총체적 혁명’을 꾀해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이 아닌 자본의 이성에 충실했던 세상은 마침내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핵위기, 절멸위기 등 복합위기에 노출돼 있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함에도 여전히 세상은 기술혁명과 자본투자에 사활을 건다. 알코올 중독증보다 더 독한 ‘성장 중독증’ 탓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농업을 보라. 첫째, 대형농 둘째, 기계농 셋째, 화학농 넷째, 자본농 다섯째, 상품농 여섯째, 무역농 등이 현재의 세계농업을 규정한다. 과연 이런 농업이 지속가능한가? 대형농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나 조화를 도모하기보다 자연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기계·석유나 농약·제초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규모와 기술의 요구로 인해 대자본이 들어가게 되고, 대자본은 인간적 필요의 충족보다 농산물의 상품화를 통한 이윤증식 요구에 복무한다. 한 나라를 장악한 대규모 농업 자본주의는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독점하려 든다. 갈수록 ‘탄소 발자국’도 늘어난다. 바로 이 모든 것이 카길·몬산토 등으로 상징되는 농식품 독점자본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자본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 발전이란 무엇일까? 이는 아무런 힘이 없는 공허한 외침이거나, 아니면 자본의 ‘지속가능 축적’을 도와주는 보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려면 온 세상이 근본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소농 둘째, 자급농 셋째, 민주농 넷째, 자연농 다섯째, 공동체농 여섯째, 지역농 등이다. 규모는 작고, 유기농 내지 자연농에 기초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립·자주·자급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고, 민주정부는 이를 행정적·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며, 상호 민주적으로 협의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농업이다. 그렇게 해서 나라마다 식량자급률을 100% 가까이 높이되 서로 부족한 물자에 대해선 호혜의 원리 아래 교류하는 것, 바로 이것이 농업의 지속성과 세계평화를 동시에 이루는 토대다.

그러나 과연 어떤 정부가 이런 구상에 동의하겠으며, 자본주의 기득권층의 저항은 어떻게 할 것이며, 나아가 정작 농민들은 이런 참된 대안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참된 농민들, 참된 시민들이 근본적인 대안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도 제법 많다. 거시적 비관 속에서도 미시적 낙관을 놓치지 않는 까닭이다.

 



강수돌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저서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영화관에 간 경영학자> <중독의 시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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