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새로운 무역환경의 전개

입력 : 2019-11-06 00:00 수정 : 2019-11-06 23:34

경기불황 속 국내 중기 매출 뚝

기업들, 해외시장 수요처 찾아도 인건비 상승 탓 채산성 못 맞춰

임금 인상 → 공산품값 상승 반복 내수경기 침체 악순환 늪에 빠져

경영난 불가피…대책 마련 필요
 

 

사업하는 사람들처럼 경제상황에 민감한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가면 미리 도착해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 어떤 자료보다도 가장 생생한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칠 전에 농산물 가공업을 하는 한 사장님을 만났다. 사업경력은 무려 40년이나 됐다. 그동안 숱한 불황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악화된 상황을 맞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종업원만 6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일감이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하는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대체로 평상시보다 매출이 20~30%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문을 트자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20~30% 줄었다면 그래도 선전한 셈입니다. 주변에 반토막이 난 분들이 꽤 많습니다.”

출구를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그분과 나는 경기 전망부터 시작해 출구 찾기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그분의 고민은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걱정이었다. “불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 틀림없는데 구조조정을 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우선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직장을 나가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지자 근무자들이 조를 구성해 절반씩 교대로 일하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분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출구 찾기와 관련해 수출시장 개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은 농산물을 가공해 스낵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수요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국내 생산으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해봤지만 힘들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오히려 국내 유통물량조차도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 수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이다. 이분이 실책을 범한 것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조금 더 일찍 동남아에 진출해 생산기지를 그곳에 두고 국내는 물류와 판매만 담당하도록 하는 결정을 미룬 부분이다. 수출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생산기지를 갖는 것으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힘줘 강조했다.

결국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이런 질문을 했다. “이렇게 모두 다 나가버리고 나면 그다음에 일자리를 누가 만들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인건비 상승 추세에서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그분과 필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분은 이런 질문도 서슴지 않고 던졌다. “사람들이 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물가에도 관심을 둬야 합니다. 임금이 오르면 다른 공산품 가격도 오르고 결국 생계비 차원에서 임금을 또다시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공장을 가진 회사가 얼마나 남겠습니까? 시중에 사람들의 지갑이 너무 비었습니다. 내수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분과의 대화는 우리의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성장률 복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병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현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저서 <공병호의 다시 쓰는 자기경영노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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