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공공은행과 공기업

입력 : 2019-10-23 00:00

주립은행 덕에 금융위기 극복 제분소는 지역경제 활성화

공공 소유 기관·기업 성공사례

민주적 의사결정 지향하고 적정이윤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 등 새 경영 모델로
 


노스다코타주(州)는 미국의 중북부에 위치해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우기와 농작물의 성장기가 대체로 일치해 전형적인 농업 중심주(州) 중 하나다. 밀과 보리·아마 등의 생산량은 미국 모든 주를 통틀어 1·2위를 차지하고 목초·귀리·옥수수·사탕무·감자 등의 산출도 많은 곳이다. 1803년 프랑스령(領)이었다가 1889년에 미국의 39번째 주로 편입됐다. 일찍부터 협동조합이 발달했고 협동조합이 경영하는 시장·창고·제분공장 등이 대규모로 존재한다. 농민을 위한 농업재해보험도 실시하고 있다.

인구 75만명이 거주하는 노스다코타주는 주립 노스다코타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세워져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은행은 미국의 유일한 공공은행이다. 노스다코타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어진 경기침체를 견디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주정부의 금고역할을 하는 데다 농업 중심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직접 신용을 공급하고, 소규모 지방은행들에게도 유동성을 공급해줬다. 덕분에 노스다코타주는 미국에서 가장 낮은 주택압류율과 신용카드 연체율을 기록했고, 지난 10년 이상 소규모 저축은행이나 신협 차원에서 단 한건의 파산사태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노스다코타주는 공공은행 이외에 대형 공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기업의 이름은 1922년에 설립된 ‘노스다코타제분소와 곡물저장사업소연합(North Dakota Mill and Elevator Association)’이다. 이 기업은 미국에서 가장 큰 제분소를 가졌고, 소비자들과 레스토랑은 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밀가루·빵가루·팬케이크믹스 등 필수 식료품과 재료를 구입한다. 노스다코타제분소는 주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보조금도 받지 않는다. 임직원이 내는 소득세만 연 1400만달러(168억원 상당)에 달하며, 법인 이익의 절반이 주정부 수입으로 잡힌다.

노스다코타은행과 노스다코타제분소의 성공사례는 신자유주의적인 믿음과는 달리 공공이 소유하는 기관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 국가사회주의도 아니고, 사익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자본주의도 아닌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경제운영시스템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소유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주주나 경영진의 단기적 이득이나 연임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공공이해를 추구하며 불균등·빈곤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종업원지주제기업, 협동조합기업, 지방정부 소유기업 등 다양한 형태가 검토·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의 공공소유 은행이나 기업은 일반적인 공기업과 달리 톱다운(Top-down·상의하달)식, 중앙집중적 의사결정 형태를 최대한 배제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지향한다.

공공이 기업을 소유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기존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목적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익극대화가 아닌 적정이윤을 목표로 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산하 NH농협손해보험은 지진·폭염 등 재해에 대비하는 상품과 가축재해보험을 판매한다. 이 상품들은 농민들에게는 요긴하지만, 농협손보에게는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다. 다른 금융서비스를 통해 일정한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분담하는 사회적 순기능을 하는 것이다. 농협의 주인이 농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것이다.

지역 공공은행의 설립, 지방정부 산하 새로운 공기업의 건설, 포용적 금융의 확대를 통한 협동조합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신설 등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의 문제, 그리고 농촌과 지역사회의 활력을 추구할 때다. 은행업이나 농업뿐 아니라 보험업, 호텔 등 관광업, 공항·항만 등 인프라,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병원과 같은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이나 조합이 소유하지만 효율성도 높고 사회적가치도 창출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김용기는 …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 석사, 국제정치경제학(금융) 박사 ▲현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현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저서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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