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라!

입력 : 2018-07-11 00:00

문재인정부 종부세 개편방안 공평과세·지지층 기대 못 미쳐

개혁시기 놓치고 민심 잃은 참여정부 전철 밟을까 우려

재정구조 개편은 시대적 과제 지지율 높은 지금 개혁 적기
 


6일 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보나 문재인정부 지지층의 기대에 비춰보나 미흡함이 많았다.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개혁의 방향은 대체로 맞았지만 정책 강도와 개혁 의지는 상당히 약해 보였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인상되긴 했으나 일부 신문의 1면 제목대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시가 20억원짜리 1주택 소유자의 재산세가 1년에 고작 24만원 오른다고 해서 무슨 큰 정책효과를 바라겠는가. 촛불혁명과 대선 승리, 지방선거 압승에 깔린 민심은 ‘국민이 밀어줄 테니 제대로 바꿔보라’는 뜻이었는데 충분한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반개혁세력의 힘이 강해서 그렇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집권 중반기를 넘어가면 지지율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인데,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중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나.

이명박정부는 현 문재인정부와 비교해 지지율이 절반 수준일 때도 법인세·소득세·종부세 등의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증세안은 이명박정부의 감세안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인상했을 뿐이다.

물론 세금을 깎아주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세수는 늘기 어렵고 복지를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걸맞게 조세재정 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한 개혁을 제때 하지 않으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의 삶이 악화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 시절의 ‘종부세 트라우마’ 때문에 종부세 개혁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온다. 노무현정부 시절 종부세를 발표했을 때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중심으로 기득권 언론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노무현정부의 지지기반이 약해진 것은 개혁을 너무 강하게 추진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개혁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였다.

노무현정부 초기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살펴보면 당시에도 국민은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보였고 정부가 그런 문제들을 개선해주기를 기대했다. 정권 초기에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정도로 지지기반이 약해지자, 국민은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의석수가 절반이 넘는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당시 정부여당이 국민이 부르짖는 ‘민생개혁’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자 국민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종부세의 경우에도 종부세 자체에 대해 국민의 반대가 강했던 것이 아니다. 2004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시 종부세에 대한 찬성 비율은 86.9%로 압도적이었다. 다만 종부세 자체보다는 노무현정부와 당시 여당이 혼선을 빚는 등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민심이 이반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정부는 이제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에 비하면 훨씬 더 여건이 좋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노 대통령 때에 비해 두배 이상 높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기득권 언론의 힘은 크게 위축돼 있다. 자유한국당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며, 정의당 등까지 포함한 진보개혁 세력의 의석수는 절반을 넘는다.

가장 민감한 대북문제도 대범하게 돌파해 보수층까지 지지층으로 끌어들인 문재인정부가 아닌가. 그런 자신감을 경제 개혁에서도 보여주길 바란다.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개혁의 취지와 원칙 등을 잘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정교한 정책 디자인과 실행으로 성과를 내면 국민의 지지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의 지지율을 잃을까 봐 머뭇거릴수록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선대인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동아일보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 위원 ▲현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저서 <위험한 경제학> <일의 미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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