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삼성 바이오 회사들, 왜 문제가 되나

입력 : 2018-06-13 00:00

삼바·에피스, 회계 위반 핵심 승계구도 흔들릴 수 있어 반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도 기업가치 높이는 시도 이어져

매출액 200억원대던 삼바 회계 기준 바꿔 가치 높여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간에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하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들 기업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핵심적인 문제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회계처리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2017년 4월부터 1년간 특별감리를 벌여온 삼바가 자회사의 가치를 부풀리는 고의적 분식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삼바를 비롯한 삼성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박근혜 국정농단 연루와 노조파괴 의혹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으로서는 혐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삼성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바이오사업 육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려던 삼성의 승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삼바의 회계처리 위반혐의 문제는 2015년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해 끊임없이 그룹 차원의 탈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 그러던 와중에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핵심 중의 핵심이 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로 있던 삼성에버랜드가 이런저런 인수·합병을 거쳐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였다. 이렇게 이름을 세탁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자산가치 등 여러 측면에서 세배 이상 덩치가 큰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이 사실상 집어삼킨 합병안이었다. 삼성물산 지분은 하나도 없었지만,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에게는 매우 유리한 합병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떨어뜨리는 여러 시도들이 이어졌다.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건설사업 수주를 기피해 실적을 악화시키거나, 제일모직으로 인수된 삼성에버랜드의 부동산 평가가치를 올리려는 시도들이 대표적이다.

그와 연결된 또 다른 시도가 바로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바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매출액 239억원, 당기순손실 1666억원인 삼바의 가치를 단기간에 올리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했다. 이 가치를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에피스가 등장한다. 당시 삼바는 에피스 지분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과 한국 등에서 바이오신약의 판매 허가를 앞두고 기업가치가 치솟던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삼바의 기업가치에 반영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삼바는 갑자기 회계 기준을 바꿔 장부가로 계상돼 있던 삼바의 기업가치를 대폭 반영하는 수법을 썼다. 이때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이 법을 위반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를 통해 삼바의 가치가 갑자기 직전 연도보다 무려 16배 뛰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인 고리였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삼바가 동원된 정황이 뚜렷하다. 박근혜정부는 물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은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이번 삼바 사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큰 그림에서 봐야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은 과거처럼 재벌 눈치를 보지 말고 원칙대로 사안을 처리해 삼성이 더 이상 사법체계와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삼성 역시 정권 탓을 하거나 변명에만 급급하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선대인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동아일보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 위원 ▲현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저서 <위험한 경제학> <일의 미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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