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굿바이! 다니엘 크레이그

입력 : 202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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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하는 마지막 ‘007 시리즈’ 영화다. <007 카지노 로얄(2006년)>에서 6대 제임스 본드로 데뷔한 이후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년)> <007 스카이폴(2012년)> <007 스펙터(2015년)>를 거쳐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무려 15년을 장수했다.

본드는 전작 <007 스펙터>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심리학자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악당 집단 스펙터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다. 여행 사실을 아는 건 둘밖에 없어서 본드는 매들린이 배신했다고 생각해 이별을 고한다. 그 후 5년이 흘러 무적 상태에 있던 본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스펙터 수하로 들어간 어느 박사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박사를 잡고 보니 스펙터가 아니라 새로운 악당 사핀(라미 말렉)을 위해 생화학 무기를 대량으로 개발하고 있다. 어느덧 어린 딸을 둔 엄마가 된 매들린! 그리고 매들린을 위협하는 사핀으로부터 본드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로부터 이 세상을 구하고, 사랑하는 매들린을 지키겠다며 목숨을 걸고 사핀에 맞선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퇴장과 맞물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는 은퇴를 앞둔 본드를 대신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동안 백인 남성이 맡아온 새로운 007의 지위는 흑인 여성 노미(라샤나 린치)에게 돌아갈 듯한 느낌이다. 정식 요원이 된 지 이제 2년차지만 본드에 버금갈 정도의 총기 다루는 솜씨에다, 본드에게는 생소한 최첨단 헬기를 몰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이 때문에 다음 ‘007 영화’는 노미를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와 우려의 반응이 나온다. 노미의 등장은 ‘여성도 세상을 이끌 수 있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노미를 바라보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반응이 자못 흥미롭다. 여성 제임스 본드에 반대한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 것보다 여주인공에게 제임스 본드만큼 좋은 역할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본드=남성’이라는 등식을 계승하는 것이 007의 정체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역할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교체해 파이를 나눠 갖는 대신 007 시리즈에 필적할 만한 여성 첩보물을 기획하는 것이 영화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워낙 세간의 이목을 끄는 영화다보니 새로운 본드를 두고 여러 반응이 오갈 수밖에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금발은 본드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007 카지노 로얄> 출연을 앞두고 홍역을 치렀다. 그 와중에도 역대 제임스 본드에 뒤지지 않는 연기로 영화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그를 떠나보낼 시간이다. 차기 본드가 누가 되든,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의 중요한 유산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는 최고의 제임스 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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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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