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한국 영화의 새로운 풍경

입력 : 2021-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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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영화는 풍경을 담는 매체다. 영화 속 풍경은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고 논리를 부여한다. <모가디슈>는 <군함도(2017)> <베테랑(2015)>을 만든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 영화가 전에 다룬 적 없는 배경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으로 생소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한다.

<모가디슈>가 관객을 이끄는 시공간은 ‘1991년 소말리아’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엔(UN·국제기구)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아프리카 UN 회원국의 표심을 공략하려고 소말리아에 한신성(김윤석) 대사를 파견한다. 수도 모가디슈에 대사관을 두고 소말리아 대통령을 만나려 공을 들이지만 북한 대사관의 방해로 번번이 일이 꼬인다. 이에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이 조력자로 나서 상황의 역전을 꾀한다.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에 맞서던 강대진과 한신성은 갑작스레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다.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소말리아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내전이 벌어진 것. 한신성과 강대진은 한국 대사관에 피신해 탈출을 모색한다. 난리 통에 반군의 공격을 받아 대사관저를 잃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해온다. 이를 받아들였다가 반역으로 몰릴 수 있는 한신성과 강대진은 고민이 깊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한겨레의 정체성’을 시험 들게 하는 <모가디슈>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제작진은 사실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소말리아는 현재도 여행금지국가라 촬영이 어려웠다. 모가디슈와 가장 흡사한 환경을 따져 최종 결정된 곳이 모로코였다.

제작진은 역사적 고증에 특히 신경 썼다. 1991년 내전 당시 미국 해군 기록부터 국내 외교협회의 기사, 소말리아 국영텔레비전 사장의 내전 회고록 ‘아웃 오브 모가디슈(Out of Mogadishu)’와 같은 자료를 수집하고 참고했다. 종군기자의 사진, 한국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소말리아 대학생, 군사 전문가, 아프리카에 정통한 교수 등 다양한 사람에게 자문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은 <모가디슈>를 보며 소말리아 내전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낀다. 고립된 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의 공포, 그리고 생존 때문에 국가와 이념을 넘어 인류애를 발휘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낯선 땅에서 마주한다. 이에 맞춰 펼쳐지는 소말리아의 풍경은 처음 맞닥뜨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미로 같은 장치가 된다. 그 안에 놓인 인물의 심리가 어떤 것인지 대변해준다.

30년 전의 일이라고 역사책에만 가둬둘 수 없는 이유는 현재 남북 관계의 ‘풍경’과 겹치는 데가 있어서다. 관계 개선을 바라면서도 그럴 수 없어 대치하는 상황이 <모가디슈>의 주인공과 닮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손을 잡고 상대방을 희망의 끈으로 삼아 탈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 결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는 세상을 반영한다. 세상이 바뀌면 우리는 새로운 영화의 풍경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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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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