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극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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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의 한장면.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이하 <분노의 질주 9>)>의 국내 흥행이 대단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 <분노의 질주 9>는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전이 시종일관 벌어지는 액션물이다. <분노의 질주(2001년)>가 개봉한 후 외전에 해당하는 <분노의 질주 : 홉스&쇼(2019년)>까지 포함하면 이 시리즈는 총 10편이 개봉했다.

<분노의 질주 9>에서는 주인공인 돔(빈 디젤)이 형제이자 악당인 제이콥(존 시나)과 대결한다. 전세계의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기기를 손에 넣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제이콥의 계략을 돔과 가족들이 막아서는 내용이다. 여기에 논리 따위는 없다. 이야기는 화려한 영상을 ‘거들 뿐’ 자동차로 구현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볼거리가 2시간의 상영시간을 꽉꽉 채운다.

나무로 울창한 정글 숲을 피아트-크라이슬러사의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시속 200㎞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고, 건너갈 다리도 없는 절벽을 날아오른 포드사의 ‘머스탱’을 갑자기 나타난 스텔스가 강한 자력으로 낚아챈다. 이 정도에서 놀라지 마시라. 결말에 이르면 로켓엔진을 단 자동차가 하늘 높이 올라 우주까지 나아간다.

중력을 거스르는 이 황당무계한 자동차 영화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극장가 태풍의 눈이 됐다. 5월19일 개봉 첫날에만 40만171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2020년 3월 이후 개막일 관객수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전국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48만2574명인데 열에 여덟은 <분노의 질주 9>를 관람했다는 얘기다.

이 기세를 몰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누적 관객수 204만명(7일 오전 7시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2020년 외국영화 최고 흥행작 <테넷>과 2021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을 넘어서는 성적표다. <테넷>의 2주차 누적 관객수는 105만9797명,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은 44만2878명이었다. 코로나19 악재에다 집에서도 언제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부상하면서 극장가는 사람을 불러 모을 매력적인 것이 절실했다.

<분노의 질주 9>는 대형화면에서 봐야 진가를 발휘하는 자동차 추격 이야기로 오랜만에 영화관을 북적이게 했다. 이 영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극장가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기획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극장이 각종 OTT와 경쟁하려면 오로지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영상을 갖춘 영화가 필요하다. 높은 예술성으로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는 영화도 좋다. 온라인 게임을 극장에서 즐기는 아예 새로운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를 영화답게 볼 수 있는 극장이 사라져서는 안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극장가는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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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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