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영화 ‘더 파더’가 사회에 말하려는 것

입력 : 202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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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최근 상영작 <더 파더>를 감상하면서 영화가 사회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광이라면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속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 <더 파더>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치매환자의 아픔을 그려내더니 결국 4월25일(현지시각) 있었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1992년 <양들의 침묵>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 앤서니를 연기했다. 앤서니는 혼자된 지 오래돼 보여도 지내는 데는 별문제 없어 보인다. 재산도 넉넉해 보이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간호인이 그의 건강 상태도 잘 살피는 듯하다. 딸이 하나 있는데 외국으로 나가 자주 보지 못하는 것 정도만 빼면 아쉬울 게 없는 노년의 삶이다. 한데 갑자기 딸이 아버지를 찾아왔다. 반가워해야 할 앤서니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난다. 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어서 내 집에서 나가시오!”라며 앤서니가 외치자 이번에는 딸의 남편이란 작자가 “여기는 내 집”이라며 노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극 중 앤서니는 관객을 향해 온전치 못한 기억력으로 혼란한 자신의 처지를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관객은 꼭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테다.

앤서니가 겪는 치매의 고통은 ‘그’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네’ 일상이 될 수 있어서다. 앤서니 홉킨스를 주인공으로 택한 프랑스 국적의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의 의도도 엿볼 필요가 있다.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는 인간을 살해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광기 어린 살인마로 악명을 떨쳤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앤서니 홉킨스가 이제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을 연기하며 큰 대조를 이룬다. 모든 것을 갖춘 집을 떠나 침대만 덩그러니 놓인 병실에 있는 아버지. 갈수록 떨어지는 기억력을 한스러워하며 눈물까지 흘린다. 영화는 치매 앞에서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처절할 정도로 담아낸다. 치매는 ‘사회적 죽음’으로 비유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치매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삶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공론화하는 작업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하다. 치매는 한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그 아픔을 공유하는 건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다만 비용이나 환자 관리 측면에서 가족이 감당할 수준의 고통이 아니기에 국가가 ‘치매’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더 파더>는 바로 그 점을 시각화해 관객과 사회에 말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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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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