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사월의 노래

입력 : 202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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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힘겹게 꽃을 피워야 하기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가장 빛나는 계절이 또 4월의 봄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운 이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희망의 피리를 불며,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런 나날. 다시 한번 생명의 불을 밝혀 드는 4월이 왔습니다. 다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봄을 마음껏 느껴볼까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노래는 시인 박목월의 작품에 여성 최초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정서가 메말라 있던 학생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겠다며 이 노래를 <학생계>에 실었다고 합니다.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 감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배에 힘을 주고 직접 불러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은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 좋은 ‘목련꽃’ 아래보다는, 피리 소리로 내 마음을 펼칠 이상적인 ‘구름 꽃’이 더 크고 높기 때문일까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는 잔잔한 선율이 흐르고,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는 고음으로 도약합니다. 반주에 나오는 트릴(꾸밈음)은 현실을 벗어나 이상 세계에서 울리는 희망의 피리 소리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음악에서 작게 하라는 악상기호는 실제 소리를 줄일 때에도 사용하지만 중요하다 싶은 다음 부분을 강조하는 역할도 합니다. ‘아 멀리 떠나와∼’ 부분이 ‘P(피아노·여리게)’로 시작하고 ‘이름 없는 항구에서∼’ 부분은 더욱 약한 ‘PP(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로 이어져 숨 고르기를 합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커지는 지점이 바로 ‘이름 없는 항구’겠지요. 배를 타고 구름 따라 꽃향기를 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4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은 바로 이 노래의 절정입니다. ‘돌아온 사월은∼’ 부분에서는 앞 음표의 박자가 길고, 뒤가 짧아 경쾌한 느낌을 낼 때 사용하는 ‘부점’이 들어가 있는데요, 어김없이 돌아온 4월은 잔인한 계절이 아닌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드는’ 희망의 계절임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서정적인 앞부분과는 다르게 ‘F(포르테·세게)’로 다뤄 더욱 강하고 힘차게 새로운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리고는 금빛 가루가 날리는 듯 몽환적인 선율로 이 노래는 끝이 납니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씨앗을 뿌리고 논갈이·모내기를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이지만 절망과 시련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울 감사한 기회가 또 찾아왔습니다.

이번 봄에는 찬란한 4월의 노래를 부르며 다시 한번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성 어린 노래를 먹고 자란 농작물은 더 건강하고 맛있을 테니까요.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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