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오페라 ‘토스카’와 함께 로마를 걷다

입력 :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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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로 ‘영원의 도시(La citta eterna)’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이 머리를 자르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광장 근처에 있습니다.

새벽에 일찍 학교에 갈 때는 트레비분수를 지났는데, 청소부가 물을 걷어낸 분수 바닥에서 관광객이 던지고 간 수많은 동전을 치우곤 했습니다. 뒤돌아서 분수 쪽으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하도 많은 동전이 쌓여 시 재정에 은근히 도움이 되기도 했다네요.

유학 시절엔 돌무더기 하나도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마음껏 여행을 즐기지도 못하고 그저 가난한 이방인으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고추장을 사러 콜로세움을 지나 한국 식품점에 가고, 달콤한 젤라토로 시름을 잊던 그 시절이 내 인생 가장 빛나는 때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 로마를 배경으로 한 3막짜리 오페라가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토스카’입니다. 잘나가는 프리마돈나 토스카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은 전형적인 로마 여성입니다. 그녀의 애인 마리오 카바라도시는 성당의 제단화를 그리는 화가로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꼭 이런 연인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변 사또 같은 사람이 있죠? 악역으로 출연하는 로마 경찰 총감 스카르피아는 비도덕적이고 야욕이 넘치는 인물로 토스카를 차지하려고 그녀의 애인을 고문합니다. 질투와 배신으로 세 사람 모두 각자 다른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오페라지만 푸치니의 선율만큼은 로마의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을 다룬 ‘토스카’는 1900년 로마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습니다. 배경이 된 곳도 모두 로마에 있는데, 1막에 나오는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에 들어서면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이중창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비극적인 일들을 알지 못한 채 달콤하게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노래는 여느 아리아 못지않게 가슴을 적십니다.

2막에 나오는 파르네세 궁전에서 부르는 여주인공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고문당하는 애인을 보며 “불쌍한 사람을 돕고 노래에 일생을 바친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라며 신에게 절규하는 내용입니다.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목소리뿐 아니라 인물에 들어맞는 극적인 연기를 펼쳐 지금까지 최고의 토스카로 평가받습니다. 아리아가 끝난 후 스카르피아는 토스카를 가지려 하지만 그녀에게 살해되고 맙니다.

3막은 ‘천사의 성’이라 불리는 성 안젤로 성에서 이뤄지는데 사형 집행을 앞둔 카바라도시가 죽기 전 “이토록 삶을 사랑한 적이 없었네”라며 절규합니다. 구슬픈 클라리넷의 전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토스카와의 달콤했던 추억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별은 빛나고 있었고’라는 너무나 유명한 테너 아리아입니다. 카바라도시가 죽은 뒤 토스카도 천사의 성에서 몸을 던지며 오페라는 슬픈 결말을 맺습니다.

로마의 어스름한 새벽 공기와 성 주변을 흐르는 테베레강을 연상하며 오페라 ‘토스카’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기연 (이기연오페라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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