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이탈리아 볼로냐 도시재생 성공 비결

입력 : 202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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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공장을 개조한 볼로냐 현대미술관. 사진출처=Arassociati Studio 홈페이지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 빠지지 않는 화두가 ‘도시재생’이다. 당연히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들도 거론되는데,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대학교와 볼로네즈 파스타로 유명한 이 도시가 2000년대 들어 도시재생의 모범으로 떠오른 이유가 뭘까?

유럽의 많은 중세도시처럼 볼로냐도 20세기 후반 공동화를 겪었다. 구도심의 경제가 쇠락하면서 사람들이 떠나자 볼로냐가 선택한 것은 개발이 아닌 보존이었다.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도로,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정리해 아파트와 고층건물을 세우는 대신 단계적으로 개조해 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담배공장·요업공장·소금창고·제빵공장 등 버려진 건물이 도서관·영화관·영상자료관·현대미술관·복합문화센터·박물관 등으로 바뀌었다. 한물간 구도심이 최첨단 문화예술지구로 재탄생하자 사람이 모여들고 예술과 교육이 활성화하는 등 지역 문화산업이 부흥의 길을 걷게 됐다.

볼로냐 도시재생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리노베이션(개보수) 방식이다. 그저 건물의 낡은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한 채 새 기능에 맞게 내부를 고쳤다. 둘째는 리노베이션 규모다. 건물 한두채만 바꾸면 효과가 없다. 문화예술지구처럼 특정한 기능과 일정한 규모를 갖춰야 한다. 만약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에 고작 집 몇채만 보존돼 있다면 ‘핫 플레이스(인기 장소)’가 될 수 있을까. 셋째는 반전의 묘미다. 상류층 대저택이나 궁전을 고쳐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것은 진부하다.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먼 공장·창고 같은 생활 터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해야 반전이라는 낯선 새로움이 생긴다.

볼로냐 도시재생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민의 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 도시재생은 2000년대에 주목받았지만 역사보존도시 계획안은 이미 1960년대말에 나왔다. 도시계획 방향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제도’를 도입했다. 일상에 뿌리내린 볼로냐 특유의 협동조합은 시당국과 상생하며 도시재생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한국에도 볼로냐를 꿈꾸는 도시와 농촌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에서는 낡은 주택과 공장을, 농촌에서는 농산물직판장·농산물가공공장·농협창고·폐교를 개조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을 만든다고 도시재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볼로냐처럼 장기적인 정책과 꾸준한 지원, 주민 참여제도,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연대와 협력이 맞물려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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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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