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승리호’ 우주선을 타고 전세계로!

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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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포스터.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가 화제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승리호>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 영화다. 청소선에 탑승한 장 선장(김태리),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실의 타이거 박(진선규), 그리고 로봇인 업동(목소리 유해진)이가 도로시(박예린)라는 이름의 아이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을 미루다 올해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서 2월5일 공개했다.

김태리와 송중기 같은 인지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고, <늑대소년>(2012년)의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다 우주 배경에 도전하는 국내 첫 영화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 만했다. 반응은 대중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었다. 공개 첫날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에서, 이틀째 28개국에서 1위를 했다. 2월5일부터 12일까지 약 일주일간 80개국에서 10위권 안에 들며 전세계 넷플릭스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본 영화로 꼽혔다. 한국은 새로운 영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승리호>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한 외국 관람객은 “한국이 세계 영화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가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영화는 <기생충>(2019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받았고, <곡성> <부산행>(이상 2016년) 이후 장르 영화를 잘 만드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우주를 무대로 한 영화는 불모지와 다름없어서 <승리호> 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우주 활극은 미국 영화시장의 전유물이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오락물로 접근하는 창의적인 시나리오와 이를 구현하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 그에 들어가는 자본과 인력을 갖춘 국가는 손에 꼽힐 정도라서 그렇다.

<승리호>가 묘사하는 미래의 우주 이미지는 독창적이기보다 익숙하다. 언어와 인종이 섞인 ‘무국적 설정’은 <블레이드 러너>(1982년)가, 선별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구 밖 우주의 유토피아 설정은 <얼터드 카본>(2018년), <엘리시움>(2013년) 등이 연상된다. 할리우드였다면 수천억원 이상이 필요했을 영화를 <승리호>는 단돈(?) 250억원으로 이에 버금가게 완성했다. <승리호>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우주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대안 가족’ 설정이다. 우연히 만났음에도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이유로 끝내 가족이 되는 영화의 결말은 한국인에게만 찾을 수 있는 감성이라고 할 만하다.

감상적인 이야기로 넷플릭스를 평정한 <승리호>는 한국 영화의 목표가 더는 천만 관객이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 넷플릭스의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2억370만명이다. OTT에서만 인기몰이를 해도 세계 개봉 후 1억명의 시청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 영화가 새로운 영상환경을 등에 업고 전세계 영화광을 열광케 하고 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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