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어디서든 빛나는 세계적 배우 배두나

입력 : 202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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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엠히어’ 포스터

 

새침한 표정의 배두나 상반신이 영화 홍보 포스터의 반을 차지한 <#아이엠히어>는 한국 영화가 아니고 프랑스 영화다. 한국에도 개봉한 <빅 픽처>(2010년)와 <미라클 벨리에>(2014년) 작품에서 감독을 맡았던 에릭 라티고 감독이 연출했다. 

<#아이엠히어>는 프랑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구가 된 한국 여자를 만나겠다며 무작정 서울행을 감행하는 사연을 담았다. 

이 영화에서 배두나는 ‘SOO(수)’를 연기했다. 온라인에서 SOO는 자신을 고층 빌딩에 입주한 회사에 다니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잘나가는 사람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일에 쫓겨, 집안일에 지쳐, SNS를 도피처 삼아 삶을 부풀려 타인에게 잘 보이기를 원하는 피폐한 현대인의 초상에 가깝다. 

이처럼 외국 영화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상을 연기한 적이 있었을까. 배두나는 이병헌과 함께 외국 영화 출연이 잦은 배우로 손꼽힌다.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에서는 고등학생 밴드부 가수, <공기인형>에서는 감정을 가진 인형을 그려냈다.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복제인간을 비롯해 무려 1인 3역을 소화해내며 시공을 초월한 인간 군상의 면모를 선보였다. 그 외에 <센스 8> <주피터 어센딩>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맡으면서도 무엇 하나 겹치지 않는 극중 등장인물의 성격을 하나하나 다져나갔다.

다시 말해 배두나는 아시아 배우에게 유독 요구되는 전사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의 고유한 성격을 자신만의 것으로 해석해내는 배두나는 하나의 역할을 하면서도 인물이 입체성을 띠게 한다. 인형 또는 복제인간임에도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현란한 무술로 화면을 채워도 그것은 단지 인물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이해되며, 극중 인물이 왜 온라인에서는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꾸밀 수밖에 없는지 쉽게 공감하게 된다. 

<주피터 어센딩>을 연출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내한 당시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각기 다른 배역인데도 일관성 있게 흐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평가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톰 티크베어 감독은 “문화권과 무관하게 특별한 기술을 쓰지 않고도 그 인물에 몰입하는 장점이 있다”며 그녀를 극찬했다. 그녀와 새롭게 만난 <#아이엠히어>의 에릭 라티고 감독은 이렇게 그녀를 표현한다. “배두나는 200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바로 여기에 배두나가 배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무엇보다 외국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도 고만고만한 역할로 소모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한국과 다른 촬영환경과 언어, 문화적 배경에 놓여 있다고 해서 자기 개성을 버리고 거기에 맞추는 법이 없다. 

외국 영화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배두나가 걸어온 길을 잘 살펴본다면 국제 영화계에서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배우가 되는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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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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