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미완의 미덕, 증축형 반쪽주택

입력 : 202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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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타 몬로이 주택 준공 당시(왼쪽)와 증축 후의 모습(오른쪽). 사진출처=프리츠커 건축상 홈페이지

‘프리츠커 건축상’은 건축 예술을 통해 인류와 건축 환경에 기여한 생존 건축가에게 주는 상이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통할 만큼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상답게 수상자들은 단연 건축 개념과 디자인, 구조와 시공 등에서 독창성과 혁신을 대변한다.

제주 유민미술관과 본태박물관, 강원 원주 뮤지엄 산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는 1995년 수상자로 기하학적 형태와 노출 콘크리트의 거장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는 2004년 수상자인데, 특유의 다이내믹한 유선형 건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런 건축을 보다가 2016년 수상자인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의 작품들을 보면 ‘어, 이게 뭐지?’ 싶은 건물이 있다. 그들 말로 ‘사회주택’인 ‘킨타 몬로이 주택(Quinta Monroy Housing)’이 그렇다. 칠레 정부 보조금으로 도시 슬럼가에 지은 100세대 공동주택인데, 황량한 느낌이 날 정도로 소박한 형태에다 짓다 만 듯한 반쪽짜리 주택이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정부 보조금이 100세대가 살 적정한 면적의 집을 짓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고심 끝에 건축가는 건물 전체의 구조와 지붕은 모두 시공하되 주거공간은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절반만 시공했다. 나머지 절반은 거주자들이 나중에 증축하도록 남겨뒀다. 절반만 지으니 예산과 시간이 절약됐고, 비어 있는 나머지 절반은 거주자들이 스스로 집을 완성할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줬다. 더 중요한 사실은 보통 사회주택은 집값이 갈수록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증축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올라 거주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됐다.

2016년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은 수상자를 발표할 때 이렇게 말했다. 건축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훌륭한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건축가를 선정했으며, 이는 사회 참여적인 건축가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아라베나의 증축형 반쪽짜리 주택을 귀농·귀촌 보금자리주택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절반만 지으니 초기 건축비와 주택 구입비가 절감될 테고, 나머지 절반은 거주자가 살면서 각자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지으니 공동주택이지만 개성 있는 다양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 건축정책과 경제구조에선 턱없는 소리라고 무지른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좀더 나아가 일본 나오시마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지중미술관처럼 도시민들이 일부러 시골을 찾아올 만한 문화·예술 시설도 건립된다면? 또 농촌의 추억이나 정취를 보존할 만한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 정체성을 살린다면?

경제적인 효과와 주거 안정으로 연결되는 건축이 늘어나면 귀농·귀촌 인구도 증가하고 농촌의 삶도 보다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낡은 관성과 편견에서 벗어나면 안될 것도 없다. 이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또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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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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