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좋은 영화에 더 많은 관객 몰리기를

입력 : 202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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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한 장면.

연말이다. 2020년 올해의 영화를 결산하는 시기라는 얘기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 2억명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74%나 하락한 6000만명에 그칠 정도로 최악이었다. 규모가 큰 신작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연기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전환하는 등 예년과 다르게 화제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없었다. 그럼에도 재개봉 영화를 제외하고 한국 영화는 100편이 훌쩍 넘게 개봉했다.

여기저기서 올해의 영화를 뽑는 특집이 한창이다. 필자도 몇군데 매체에 참여해 베스트 한국 영화를 선정했다. 정리하다보니 올해의 특징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2019년이 ‘<기생충>의 해(年)’였다면 2020년은 ‘독립영화의 해’였다. <남매의 여름밤> <작은 빛> <프랑스여자>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야구소녀> <이장> <69세> 등 독립영화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스타가 출연하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주류 영화들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몸을 사린 것과 달리 독립영화는 악조건에서도 관객과 만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류 영화의 극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영화가 빈자리를 메웠고, 웃음과 눈물과 볼거리 위주의 작품과는 차별되는 다양성으로 올해의 결산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색없는 <남매의 여름밤>은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서 무수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뽑아내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69세>는 주류 영화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노인의 삶에 주목했고, 스포츠 영화 <야구소녀>는 우리에게 생소한 ‘여자’ 야구선수의 사연으로 관심을 끌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밝은 분위기처럼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바닥을 치는 삶에서도 인복을 타고난 주인공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파한다.

2020년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톱3’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475만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명), <반도>(381만명)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이들 영화는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 강했다. 티켓 파워를 지닌 성인 남성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원한 때문에 사활을 걸고 맞서며, 폐허가 된 세상에서 목숨을 보전하려 애쓴다.

남성적인 영화가 주류인 영화시장에서 한국 독립영화는 다른 성(性)과 연령과 삶을 소재로 극장가에 골라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야구소녀>가 3만7000명, <남매의 여름밤>이 2만1000명, <프랑스여자>가 2만명 등 독립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너무 적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조만간 이뤄질 거라는 희망도 보인다.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을 그날, 한국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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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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