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 품종 속여 출하하는 행위 근절돼야

입력 : 2022-11-25 00:00

다수확·가공용을 일반벼로

밥맛 나빠 쌀 소비감소 초래 

 

산지 벼 매입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버젓이 벌어져 씁쓸하다. 몇몇 농가가 다수확이나 가공용 벼 품종을 마치 일반 품종인 것처럼 출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충남지역의 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쌀 납품처 여러곳에서 잇따라 클레임이 제기됐다. 밥을 지어보니 맛이 형편없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쌀의 전량 반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전물질(DNA) 검사를 해봤더니 사들인 벼에서 다수확 품종인 <보람찬>이 다량 검출됐다. <보람찬>은 10a(300평)당 평균 생산량이 646㎏이나 되는 품종으로 떡이나 술을 만들 때 사용한다. 이러니 밥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보람찬> 검출 비율이 100%인 농가까지 있었다고 하니 매우 실망스럽다.

이뿐 아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 때도 이같은 행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황금누리> <호품> <새누리> <운광> 등 다수확 품종을 속여 공공비축미로 출하하는 사례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공비축미 품종을 DNA 검사를 통해 검증해보니 부적합 비율은 2018년산 9%, 2019년산 8.6%, 2020년산 7.9%, 2021년산 6.7%나 됐다. 검사 결과 품종 순도가 80%를 밑돌면 시·군·구 선정 품종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농가 부주의 등으로 인한 비의도적 혼입도 있을 것이다. 재배 과정에서 다른 품종이 섞일 수도 있고 자가채종으로 순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같은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잖아도 근래 쌀 과잉생산으로 값이 추락해 다른 농가들이 몸살을 앓는 것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일삼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다수확 벼 품종 생산은 쌀 생산과잉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다수확이나 가공용 품종이 밥쌀용으로 우리 소비자들 식탁에 오르게 된다면 그 역풍은 감내하기 힘들다. 쌀 소비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데 밥맛이 떨어지는 쌀을 먹게 된다면 소비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농민들은 벼 매입에 응할 땐 반드시 약속한 품종을 지켜 출하해야 한다. 부당이득을 얻고자 신뢰를 저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국민들이 쌀을 비롯한 우리농산물에 등을 돌린다면 우리 농업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부의 이기적인 행태가 공멸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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