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돈 이력제’ 도입…농가 부담 가중 해결책 있나

입력 : 2022-01-14 00:00

가축방역·돼지 수급조절에 도움

인건비·전산관리 등 난제 풀어야

 

정부가 ‘모돈 이력제’ 도입문제를 놓고 양돈업계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모돈 이력제는 농가가 모돈(어미돼지)과 후보돈에 귀표를 부착해 개체별 등록·폐사·이동·출하 사항을 파악하는 것으로, 제도가 도입되면 농가는 사육 상황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이를 기록·관리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신속한 역학조사와 방역, 돼지 수급조절 등을 위해 모돈 이력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돼지 이력정보를 모돈까지 확대할 경우 사육마릿수를 쉽게 알 수 있어 수급관리가 용이할 뿐 아니라, 가축전염병 발생 땐 개체별 이동·폐사 정보 등을 활용해 신속하고 정확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양돈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사육 현장에서는 방역이나 수급조절 목적으로 모돈 이력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돼지는 농가당 사육마릿수가 많은 데다 사육기간이 짧아 한우와 달리 개체별 관리가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농가가 모돈의 귀표 부착, 이동·폐사·출하에 따른 전산관리, 각종 이력 등록을 도맡게 되면 별도의 관리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돈업계는 농가에서 인력을 1명 충원할 경우 연간 3600만원가량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모돈을 대상으로 귀표를 부착하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농가들에 따르면 모돈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움직임이 심해져 다루기가 무척 어렵다. 귀표 부착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물어뜯어 훼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령농은 전산업무가 미숙해 관리하는 일도 만만찮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모돈 이력제의 대안으로 양돈농가의 26%가 사용하는 ‘한돈팜스’ ‘피그플랜’ 등 전산시스템을 통합·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전산시스템을 농가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면 필요한 항목을 추가하고 입력 대행서비스 등을 통해 모돈 이력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축방역과 돼지 수급관리 면에서 보면 모돈 이력제는 꼭 필요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당사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행이 어렵다. 전문가들도 현장과 동떨어진 제도는 정착이 어렵다며 정부와 양돈업계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양돈농가의 심적·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시행에 앞서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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