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추값 안정대책 절실하다

입력 : 2021-09-15 00:00

추석 연휴를 앞둔 들녘이 분주하다. 명절 대목을 맞은 농가들이 정성껏 가꾼 채소·과일 등을 수확·출하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독 고추농가들의 표정이 어둡다. 일부 가을장마 피해를 본 곳을 제외하면 농사는 잘됐으나 고추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매년 농산물값이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증가하면 되레 농업소득이 감소하는, 이른바 ‘풍년기근’이 닥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추 재배면적은 3만3373㏊로 지난해(3만1446㏊)보다 7.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작황이 좋아 건고추 생산량이 7만5808∼8만950t으로 지난해 6만80t보다 26.2∼34.7%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표본농가 조사 결과,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고추 생육이 크게 부진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짧은 여름장마 이후 기상여건이 좋아 착과수 및 착화수가 늘어 고추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탄저병·무름병 발생도 크게 줄어 조사 대상 농가의 59.6%는 ‘고추 생육상태가 좋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고추값은 농가의 기대와 달리 갈수록 내리막길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3일 건고추 600g(화건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만1990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33% 하락했다. 생산현장에서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13일 경북 서안동농협 농산물(고추)공판장에서는 건고추 600g이 평균 7771원에 거래됐다. 이에 영양군의회는 “인건비 급등 등을 감안하면 고추농가들이 최저 생산비도 못 건지게 됐다”며 9일 임시회를 통해 고추값 안정화를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수매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전국 고추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도 정부수매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겨울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로 달걀 부족사태가 발생하자 재빠르게 수입 결정을 내렸다. 물가안정 차원에서 취한 선제조치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 자세라면 이번엔 생산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고추농가를 위한 가격안정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해마다 풍년을 기대하는 농민들이 모처럼 풍년을 맞았는데, 이로 인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이보다 더한 모순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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