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먹구구식’ 배추 수매비축사업 개선을

입력 : 2021-07-23 00:00

배추 수매비축사업이 정부의 계획과 겉돌고 있다. 사업을 맡고 있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미숙한 일처리로 인해 수매기한이 지나도록 목표량을 비축하지 못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장마 등 여름철 기후 리스크(위험)에 따른 수급 여건 변화로 배추·무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배추 5000t, 무 1000t을 각각 수매했다. 이어 장마와 폭염으로 배추·무의 작황부진이 우려되자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고랭지배추 5000t, 무 1000t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배추·무 수매·비축 물량은 배추 1만t, 무 2000t으로 늘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으로 aT는 6월7일 배추 5000t 수매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6월17일∼7월5일 수매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1일까지 aT가 비축한 배추는 4700t가량으로, 사업예정기한을 훌쩍 넘기고도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에 따르면 5000t의 배추를 정해진 기한 내에 비축하려면 하루 입고량이 360t은 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하루 입고량은 150t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배추 수매가 지지부진한 것은 aT의 준비 부족 탓이다. 산지 유통인들에 따르면 aT는 사업에 앞서 배추를 비축할 창고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매과정에서는 수확·상차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고 당일에 작업을 요청해 사업 참여자들로부터 “주먹구구식 사업을 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지난해 aT는 관리 소홀로 인해 상한 배추를 시중에 유통해 국정감사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7∼8월에 수매한 배추가 썩거나 무른 상태에서 유통돼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배추값이 낮은 시점에 겨울배추 수매·비축 물량을 방출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정부의 농업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 강원 평창지역 고랭지에서는 값 하락과 수확 인력 부족으로 밭에서 썩어가는 배추가 즐비하다. aT의 늑장 대처에 수매 현장에서는 “이러다가 지난해처럼 ‘썩은 배추’가 유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는 애타는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체계적인 수매비축사업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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