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은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

입력 : 2021-06-11 00:00

매립장 등 유해시설 우후죽순

허가 제한…사후관리 철저히

 

농촌은 지금 한창 바쁜 영농철이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생업인 농사까지 제쳐두고 길거리에 나와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목청을 높이는 곳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마을 가까이에 각종 혐오·유해 시설 건립이 추진 중인 곳이다. 조용한 농촌마을과는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 ‘결사반대’나 ‘총력투쟁’ 의지를 밝히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전북 김제시 백산면 농민과 주민들은 지평선산업단지 내에 들어설 산업폐기물 처리장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4만8996㎡(1만4822평)의 대규모 산업폐기물 처리장은 앞으로 10년간 산업폐기물 총 126만t을 매립할 계획이다. 농가들은 폐기물 처리장이 건립되면 환경오염뿐 아니라 침출수 유출 등으로 농산물의 친환경인증 취소가 불 보듯 뻔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 농촌이 몰려드는 각종 산업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를 위한 매립시설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낮은 농촌지역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일반 생활폐기물 매립장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데 반해,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민간업체들이 운영해 자칫 관리 소홀 땐 크고 작은 오염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처리용량을 초과해 보관하거나 방치하다 적발된 업체가 줄을 잇고, 아예 잠적해버린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엎친 데 덮쳐 최근에는 폐기물 처리시설 규제 완화 법안까지 발의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단지 내에 설치된 폐기물 처리시설의 영업구역이 풀려 다른 지역 산업폐기물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산업폐기물만이 아니다. 농촌에 몰래 버려지는 불법폐기물도 상당하다. 실제 환경부가 2019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은 120만t에 달한다.

이처럼 농촌에 각종 폐기물이 마구잡이로 유입된다면 고유의 ‘농촌다움’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자연경관까지 해쳐 귀농·귀촌은커녕 찾아오는 도시민도 없을 것이다. 오염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애써 생산한 농축산물의 판로까지도 잃을 수 있다.

한번 파괴된 농촌환경은 좀처럼 회복이 쉽지 않다. 각종 혐오·유해 시설 허가 때 더욱 깐깐한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가동 중인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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