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산업의 명운 ‘화상병’ 방역에 달렸다

입력 : 2021-06-11 00:00

우리 과수산업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치료제가 없어 ‘과수 에이즈’라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화상병이 발생한 지역은 전국 6개 도, 20개 시·군에 이른다. 최근엔 국내 사과 재배면적(3만1598㏊)의 59.2%(1만8705㏊)를 차지하는 경북에까지 확산돼 과수농가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농진청은 화상병의 남하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을 화상병 발생지역·완충지역·미발생지역·특별관리구역으로 구분하고 예찰·매몰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선별적 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지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걱정이다.

과수 전문가들은 경북 안동에서 화상병이 발생하자 특별관리구역을 허술하게 설정한 데다 묘목을 통한 확산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영주·봉화·문경·예천 등 특별관리구역에서는 병징이 발현되는 5월부터 6·7·11월 4차례에 걸쳐 예찰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안동의 경우 특별관리구역에서 제외된 탓에 6월7일부터 할 예정이던 1차 예찰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농가의 의심신고로 화상병이 확인됐다. 또 조사 결과 확진농가들은 같은 업체로부터 묘목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관성 없는 매몰지침도 문제로 꼽힌다. 농진청은 화상병 발생지역 과원에서 나무의 5% 이상이 감염되면 과원 전체를 매몰토록 한 ‘5%룰’이 화상병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자 올해 매몰기준을 강화해 ‘5주룰’로 바꿨다. 하지만 5주 미만일 때 식물방제관의 판단에 따라 폐원 대신 발생주만 제거하는 부분방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추가 확산의 불씨를 살려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과수농가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전국의 과원이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판국이다. 농정당국은 지금까지의 화상병 발생 실태 분석과 해외 연구·조사 등을 바탕으로 실효성 높은 방역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유기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하려면 중앙부처 차원의 화상병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화상병 추가 확산 저지에 우리 과수산업의 명운이 달린 만큼 농가들은 경각심을 갖고 농장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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