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에 농가는 ‘절망’

입력 : 2021-06-07 00:00

수입과일 일색 꾸러미 판매 경쟁

행정편의적 정책에 농업계 한숨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교육청의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급식을 못 먹는 서울지역 초·중·고등학생 56만명에게 ‘제로페이 10만포인트’씩을 지급하는 것이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이다. 560억원의 재원은 무상급식 예산이며, 7월16일까지 서울지역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먼저 구입 허용 품목과 품질에서 불거졌다. 처음엔 도시락·줄김밥·과일·야채샌드위치 등 10개 식품군만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교육청이 제시한 영양 조건을 충족하는 편의점 음식이 많지 않았다. 학교급식에 비해 당연히 품질까지 떨어져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마땅히 구입할 상품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대체급식사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결국 교육청은 구매 품목 확대를 결정했고, 삼각김밥(영양성분 개선 조건)·햇반·컵국·생수·치즈류 등이 추가됐다.

편의점업계의 상술도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마땅하게 포인트를 사용할 품목이 없자 단가가 높은 과일 꾸러미를 줄지어 내놨다. 한번에 많은 금액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체 가운데 한곳은 한때 7만7000원짜리 과일 꾸러미를 판매하기도 했다. 내용물은 ‘파인애플(인도네시아산) 2개, 체리(미국산) 300g, 오렌지(미국산) 4개, 자몽(미국산) 4개, 골드키위(뉴질랜드산) 5개, 멜론(국산) 1개, 무지개방울토마토(국산) 400g, 대추방울토마토(국산) 400g’으로 대부분이 수입 과일이다. 가격이 너무 높다는 비난이 일자 4만원 이하 상품으로 바꿔 판매하고 있다. 다른 두곳도 수입 과일이 대부분인 꾸러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곳곳에서 급식 불용 예산으로 학생이 있는 가정에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 호응을 얻었다.

아직까지 등교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올해도 농가는 내심 기대를 했지만 행정편의적 정책으로 물거품이 됐다. 더군다나 학생들 급식 예산이 수입 과일 구매에 쓰이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우리 학생들의 건강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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