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농가는 죄가 없다

입력 : 2021-05-14 00:00

낙농업계가 남양유업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남양유업이 한 심포지엄에서 자사 제품에 포함된 유산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과 관련, 세종시가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의 사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탓이다.

이로 인해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되면 농가들은 생산한 원유를 납품할 곳이 없어져 전량 폐기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의 효능을 홍보한 것이 화근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공장 가동이 두달간 중단돼 200여 낙농가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충청지역 농가들이 세종공장에 납품하는 원유는 하루 231t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기에 사료비와 폐기 처리에 따른 비용 등을 감안하면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유업체의 잘못에 애꿎은 낙농가들이 피해를 볼 처지에 놓이자 세종시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충청지역 낙농가는 물론이고 급기야 충북도까지 가세해 영업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행정처분을 대체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낙농가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저출산 여파로 유제품 수요가 크게 줄고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우유급식마저 중단돼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악재를 만났으니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세종시는 6월24일 청문회를 열어 남양유업의 해명을 듣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가 피해와 관련해서는 정작 문제를 일으킨 남양유업조차 아무런 구제책을 내놓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어 지자체의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세종시는 행정처분 결정에 앞서 낙농 현장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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