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사용 전기’ 적용 범위 제한 불합리하다

입력 : 2021-02-22 00:00

체험활동·치유농업에 걸림돌

농업생산에만 국한해선 안돼

 

화훼재배시설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입장료를 받고 답례로 다육식물을 제공한 영농조합법인이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영농법인은 화훼 판매수익만으로는 경영이 어렵자 부가수익을 얻고자 재배시설을 ‘식물원’이라는 명칭으로 바꾼 후 정부 지원 지열히트펌프를 설치해 작물을 키우며 농사용 전기요금을 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는 식물원이 농작물 재배시설이 아닌 관람용이므로 일반용 전기요금을 납부했어야 한다며 5년 치(2013년 11월∼2018년 10월) 차액분과 2배의 위약금(약관상으로는 최고 3배까지 가능)에 기타요금 등 약 9억원을 청구했다.

이에 영농법인이 불복했고 한전은 소송을 제기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시설은 전기를 화훼재배에만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영농법인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반대로 한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영농법인은 원고의 청구액 가운데 일부인 약 6억원을 납부하게 됐다. 영농법인 매출의 절반이 입장료 수익이어서 이를 서비스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주택·일반·교육·산업·농사·가로등용으로 나뉜다. 2019년 기준 전기요금 단가(1㎾h 기준)는 일반용이 130.33원으로 47.74원인 농사용에 비해 훨씬 높다. 만약 영농법인과 농민들이 체험활동 등을 이유로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그 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법원의 결정이 걱정스러운 것은 농업의 6차산업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금 우리 농업은 전통적으로 이뤄지던 단순한 작물 생산에서 탈피해 가공·서비스 산업을 아우르는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체험·교육·관광 등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3월25일 시행을 앞둔 ‘치유농업법’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활동과 농촌의 자원·환경을 통해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치유농장 등에서는 농업생산 외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함은 당연하다. 또 딸기 등을 키우는 소규모 농가들도 수확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농사용 전기요금을 오로지 1차산업 수준인 농업생산분야에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농업의 변화 흐름에 맞춰 농사용 전기요금의 적용 범위도 넓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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