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SF 살처분 농가 생존권 위해 정부가 나설 때다

입력 : 2020-05-29 00:00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재입식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ASF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들이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9월16일부터 10월9일까지 경기 파주·연천·김포, 인천 강화 등 4개 시·군 14개 농가에서 ASF가 발생했다. 이후 이 일대 261개 농가의 돼지 4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8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정부는 ASF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재입식을 금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검출되고 있어 재입식은 아직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5월13일 현재 전국 야생멧돼지의 ASF 확진 건수는 모두 612건이다.

양돈농가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사육돼지에게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므로 즉각 재입식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근 지역에 야생멧돼지가 출몰했다거나,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재입식을 막는 것은 양돈농가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는 양돈농가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 재입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예방적 살처분에 참여한 전체 농가의 재입식이 어렵다면,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수준을 갖춘 농가부터라도 허용해야 한다. 광역수렵장을 개설해 대대적인 야생멧돼지 소탕작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폐업을 고려하는 양돈농가에 퇴로를 열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폐업지원금 산출 때 최소한 양돈장의 잔존가치나 철거비용 정도라도 인정해줘야 한다. 농가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정부가 재입식을 꺼리는 이유는 ASF의 재발을 막아 국내 양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양돈농가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 대한한돈협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와 농식품부·환경부 앞에서 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양돈농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농성을 벌이는 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임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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