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당신은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습니까?

입력 : 202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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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지인의 아들이 있다. 그 학생의 꿈은 커서 농사짓는 것이다. 지난해에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올해도 그 꿈이 바뀌지 않았다고 하니 그냥 해본 말만은 아닌 게 확실했다. 도시에서 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이 경북 상주 시골로 이사한 뒤에는 훨씬 더 행복하게 지낸다니 더더구나 그 꿈이 쉽게 바뀌진 않을 듯싶다.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잊고 있던 그 학생이 자꾸 떠올랐다. ‘꿈이 그러할진대 과연 그 학생은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할까? 지인도 자녀를 농고에 보내려 할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농업에 대한 꿈이 농고 진학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문. 이 의문의 배경에는,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농고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 가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고를 취재하던 주재기자가 전한 현장의 목소리는 이랬다. “농고 입학생 가운데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성적에 맞춰 농고에 온 거다. 만약 그 아이들이 농고에 안 왔으면 비행 청소년이 될 수도 있다. 졸업 후 농민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무사히 졸업만 해도 고마워해야 한다.”

그 의문이 이 목소리와 결이 다르지 않고, 이 목소리가 지금 농고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한다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농고가 그런 암울한 현실에만 처해 있지는 않았다. 농고 기획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현실은 반가웠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생존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농고가 있어 그랬다. 농업의 전망을 믿으며 자녀에게 농고 입학을 권유하는 학부모가, 농업에서 이루고 싶은 미래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농고생이 있어 역시 그랬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우리가 무관심해서 지금껏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농고를 취재한 다른 주재기자는 “문제는 농고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고 단언했다. 농고가 그런 현실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외부. 어느 한 농고 교장이 이런 말을 했다. “농업분야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정부와 언론이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 말을 곱씹다보니 그 외부란 정부와 언론이겠다 싶었다. 거두절미하고 정부와 언론의 몫이 자못 크다는 뜻이다.

여기서 잠깐 한국농수산대학의 출신 학교별 합격자 현황을 살펴보자. 2017학년도에 정원 470명 가운데 농업계 고교 출신은 104명이었다. 정원이 550명으로 같았던 2018∼2020학년도에는 연도순으로 139·130·156명이었다. 2021학년도엔 정원 570명에 151명이 합격했다. 한농대 관계자에 따르면 합격자 증감은 합격과 불합격의 문제이지, 농업계 고교 출신들의 지원과 입학이 느는 추세라는 것.

정부의 농고 육성정책이 어느 지점을 향해야 할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농고 활성화와 더 나아가 농대와의 연계 강화를 통한 미래농 육성이라는 지점 말이다. 지금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농들의 뒤를 이을 미래농을 키운다는 좀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겠는가. 언론의 역할 또한 자못 중요하다. ‘농산물값 올라서 물가 비상’이라고 보도하기 전에 그 이면을 살펴볼 줄 아는 관심과, 우리 농업의 가치와 전망에 대한 언론들의 진지한 고민이 지면에 반영된다면 어떻겠는가.

농고 기획안을 만들 때 이를 본 후배가 느닷없이 물었다. “선배는 자녀를 농고에 보낼래요?” 이 질문을 가까운 선배에게로 돌렸다. 선배는 대답했다. 적극 권하겠다고,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농고와 농대를 거치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전문가가 된다고, 일반회사에 다니다 명예퇴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느냐고.

이제 그 질문을 여러분에게 되돌려보자. “당신은 자녀를 농고에 보내겠습니까?”

강영식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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