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농산물 소비 캠페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입력 : 202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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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간대, 텔레비전(TV)에서 건강정보가 한창 방송 중이다. 전문가들이 콜라겐의 효능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한 전문가는 체내 콜라겐이 부족하면 동맥경화를 심화시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성 멘트를 날린다. 콜라겐이 이렇게 중요한 줄 여태 몰랐다니…. 스스로 무지함을 탓하며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바로 옆 홈쇼핑 방송에선 콜라겐 제품을 판매 중이다. TV 방송사와 홈쇼핑사가 손잡고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제품(식품)을 다루는 이른바 ‘연계편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연계편성에 의한 TV 프로그램은 의외로 많이 전파를 타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단 3개월 동안 6개 방송사(지상파 2개, 종합편성채널 4개)가 무려 423회나 연계편성으로 방송을 내보냈다는 한 시민단체의 조사보고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지금도 연계편성은 여전히 성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계편성은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계편성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청자(소비자)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충동구매를 유발해서다. 순진한 서민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야바위판’을 벌인 것과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2월 일부 국회의원들은 연계편성을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발의한 상태다.

방송·홈쇼핑사가 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연계편성에 매달리는 목적은 단 하나다. 견고하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다. 요즘 소비자들이 얼마나 까다로운가. 그냥 평범한 판매 방식으로는 ‘약발’이 먹히질 않으니 변태적인 수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농업계도 국산 농산물 판매를 늘리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수입 농산물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반면 애국심과 신토불이 정신을 중시하던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퇴색해서다. 소비자들은 이제 국산이냐 외국산이냐를 따지기 전에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품질·위생·안전성까지 확보한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농업계는 국산 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캠페인 등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에 전력하고 있다. 농가들도 많은 비용을 들여 차별화를 위한 각종 인증 획득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국산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 농업계가 펼치는 각종 캠페인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선이 예전처럼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배추·화훼류·양배추·양파 등이 소비촉진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 주최 측에선 대개 해당 농산물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료로 나눠주고 기능성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런데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농산물 소비 캠페인을 벌이게 된 배경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소비촉진 캠페인을 펼친 농산물 품목은 대부분 가격 폭락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생산비도 못 건지게 된 재배농가를 돕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가 값이 오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캠페인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절차를 밟았다.

최근 수년 동안 활발하게 펼쳐진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쌀이 남아 산지 가격이 2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2016년 아침밥 먹기 캠페인은 농업계를 넘어 범국민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아침밥을 먹은 학생들의 수능·내신 성적이 안 먹은 학생보다 우수하다는 조사 내용이 정부기관의 홍보자료로 활용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캠페인은 3∼4년 동안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다 산지 쌀값이 뚜렷한 오름세를 보인 2020년 수확기부턴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이젠 가물에 콩 나듯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런 캠페인을 소비자들이 좋게 봐줄 리 없다. 아쉬울 땐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습으로 사방팔방 도움을 호소하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금세 표정을 바꿔버리는 얄팍한 상술이라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농산물 소비 캠페인이 소비자들의 눈에 방송의 연계편성처럼 비쳐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광동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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