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밥은 먹었느냐는 말

입력 : 202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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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후배 아들이 얼마 전 군에 입대했다. 입대를 앞둔 아들이 훈련소에 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경험한 친구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며 걱정하기에 잘 이겨낼 거라고 다독여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아들의 입영 날짜가 코앞에 다가오니 부모 마음에 잠이 안 오더란다.

입영하는 날 가족이 함께 훈련소까지 가 아들을 들여보내고 돌아왔다는 후배의 마음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본 부모라면 누구라도 경험해보았을 게다. 훈련을 마친 아들이 소식을 전해올 때까지 부모는 마음을 졸인다. 잘 적응하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궁금하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 지난 4월18일에 자가격리 하는 군인이 제공받은 식사가 담긴 식판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사람들의 공분을 사면서 군부대 급식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태를 보며 아들을 막 훈련소에 보낸 후배 생각이 났다. 안 그래도 아들을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터에 이런 상황을 보며 얼마나 걱정이 앞설까.

학창 시절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하는 첫마디는 언제나 ‘밥은 먹었는지, 배고프지 않느냐’는 거였다. 심사가 뒤틀릴 때면 쓸데없는 걱정 한다고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며 어깃장을 부렸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의 밥을 챙기는 마음은 딸이 사회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회식이라도 하고 들어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밥은 뭘 먹었는지 궁금해했다. 그 이후에도 밥은 먹었느냐는 질문은 계속되고 딸이 중년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부모가 되고 보니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외출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밥은 먹었느냐’는 것이다. 집을 나서면 어디든 식당을 찾을 수 있고 맛집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제든 입맛에 따라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가 궁금하다.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고 다녀야 마음이 편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동안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끼리 모여 학교 근처에 사는 한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들렀는데, 친구 어머니는 항상 금방 지은 밥에 카레를 만들어 상을 차려주셨다. 그때 먹었던 카레라이스는 친구들이 모일 때면 지금도 가끔 떠올리는 추억이다. 한창 먹을 나이였기에 한그릇을 금방 비우는 우리를 보며 친구 어머니는 자꾸 더 먹으라 권하곤 하셨다. 그때의 친구 어머니보다 나이가 더 들고 보니 밥 먹는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재료라도 만드는 이의 정성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어쩌면 맛도 맛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이의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일지 모른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를 보면 그 회사의 직원에 대한 복지 정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제대로 먹는 일은 우리 인생사의 기본이다. ‘밥은 먹고 다니느냐’는 한마디만으로도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그동안의 안부와 앞으로도 잘 지내기를 바라는 안녕의 마음이다. 한끼 밥을 챙기는 말에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다정한 마음, 고마운 사람을 위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군가를 위해 챙기는 밥은 단순한 한끼가 아닌,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인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복무하는 젊은이들을 자식과 같이 생각했다면 이번과 같은 부실식사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전후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만든 마음 씀씀이를 생각하니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인아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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