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문화를 살려야 농업이 산다

입력 : 202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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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막걸리를 빚는 작업은 물론, 다양한 생업 현장과 의례·경조사 등에서 막걸리를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 문화재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걸리는 ‘숨은 무형유산 찾기’ 공모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으로 국민이 직접 무형문화재를 제안해 지정 예고되는 첫번째 사례라 눈길을 끈다. 막걸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막걸리는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시장 규모는 2012∼2016년 3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부터 45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2010년 즈음 전성기를 맞았다가 이후 주춤했던 막걸리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의 증가와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 트렌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지난해 한 가수가 부른 ‘막걸리 한잔’이라는 트로트의 인기도 막걸리 열풍에 한몫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에 출생한 세대)’라 불리는 2030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으며, 막걸리업체들은 젊은층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과일 같은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는 한편 유리병·캔 등으로 용기를 고급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에 재미를 더한 상품도 나오고 있는데, 한 편의점에서는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이라는 노래 제목을 딴 <테스형 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막걸리 전문점들이 서울·부산 등 도심에 들어서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텔에도 막걸리가 등장했다. 막걸리를 직접 빚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막걸리·전통주 관련 교육기관·단체 등에서 막걸리 빚기를 배우는가 하면 막걸리 제조키트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막걸리를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찌그러진 주전자에 담아 마시는 값싼 술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막걸리는 모든 연령층에서 선호하는 술이자,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반짝 떴다 사그라들었던 10년 전의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막걸리 문화가 생활 속에서 안착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의 열풍이 한갓 바람으로 지나가지 않고 일상의 공기로 머무를 수 있도록 막걸리업계는 물론이고 농업계 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단 막걸리뿐만이 아니다. 최근 김치와 관련해서도 반가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다 중국산 김치의 비위생적인 제조 과정이 알려지면서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절임배추와 김치양념으로 구성된 김장키트 상품이 호응을 얻고 있고, 1인용 김장키트까지 나왔다.

‘김치 담그기’는 막걸리보다 먼저 2017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막걸리와 김치 외에도 전통 식문화 가운데 제다(製茶·2016년), 장 담그기(2018년), 인삼재배와 약용문화(2020년)가 무형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승·향유되는 생활관습이자 문화로, 다른 무형문화재들과 달리 해당 기술을 가진 특정 보유자가 지정되지 않았다. 즉 모든 국민이 기술 보유자라는 얘기다.

어디 이뿐일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전통 식문화는 이외에도 많다. 설날에 떡국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빚는 문화,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감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는 문화 등등. 모두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라 할 수 있다. 물론 문화재 지정만이 답은 아니며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아도 좋다. 문화재 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문화 주체인 국민들의 관심이다.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식문화가 활성화하면 농업은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다.


김봉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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