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입력 : 202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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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파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 살 때는 꼭 필요한 물건을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 팔 때는 최대한 비싼 값에 팔아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쉬운데 막상 해보면 참 어려운 일이다. 사고파는 일에 익숙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손해 보기 일쑤다.

국가간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국가간에 물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뜻하는 통상은 개인간 거래보다 더 치열하다. 통상 협상을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상 협상은 시장개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로가 원하는 시장개방 폭을 제시한 뒤 밀고 당기며 관세율에 대한 절충점을 찾게 된다. 서로가 공격수이자 수비수인 셈이다.

통상 협상을 잘못하면 해당 품목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농업부문에서는 최근 중국산 냉동대추가 이런 사례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산 냉동대추가 국내에서 해동·건조된 뒤 건대추로 유통되고 있어서다. 지난해의 경우 653.1t이나 수입됐다. 국내 대추산업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이런 수입 증가는 냉동대추의 고품질화와 국내 농산물 건조기술의 발전이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2015년 중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허점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중 FTA에서 냉동대추의 관세를 30%로 정해서다. 신선대추와 건대추의 관세가 611.5%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정도로 관세가 낮으면 국내 건조비용을 감안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된다.

한·중 FTA가 문제라는 비판에 대한 정부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냉동대추가 국내에서 건조·유통될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냉동대추의 기본 관세는 이미 한참 전에 30%로 정해져 한·중 FTA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냉동대추의 위험성은 냉동고추의 전례가 있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산 냉동고추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량 수입된 뒤 국내에서 건조·유통돼 큰 논란을 빚었다. 관세를 잘못 책정한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냉동고추의 관세는 27%로 건고추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결국 냉동고추 협상 실패의 교훈을 간과한 셈이다.

기본관세가 정해져 있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장개방 위험성을 분석한 뒤 관세라는 방패를 활용하는 게 통상 협상이다. 정부가 쌀 수출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쌀에 513%라는 고율관세를 매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방심하다 방패가 창에 뚫린 격이다.

지금 필요한 건 대책이다. 냉동대추의 관세를 높이는 게 최선책이나 한번 맺은 FTA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냉동고추처럼 관세법상 품목분류 적용 기준에 냉동대추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대추를 얼려 냉동대추로 둔갑시키는 불법행위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산림청이 뒤늦게나마 품목분류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입법사항이라 갈 길이 멀다.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통상 협상의 중요성은 FTA가 확산하면서 더 커지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57개국과 17건의 FTA를 체결한 상태다. 협상 중인 나라도 상당수라 냉동고추와 냉동대추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통상 협상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잘한 협상은 당연하고 조금만 잘못하면 책임을 묻는 경우가 다반사라 나온 말이다. “통상업무를 맡으면 밥 먹자는 사람조차 없다”는 공무원들의 푸념도 들린다.

힘들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실수를 반복하는 건 문제가 있다. 반복되는 실수는 실력이다. 실수를 줄이든 실력을 키우든 통상 담당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남우균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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