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농촌도 변한다

입력 : 2021-03-24 00:00

01010101901.20210324.900017400.05.jpg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이었다. 제주에 파견돼 주재기자로 일할 때 농촌마을을 취재한 적이 있다. 마을 분교가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곳이었다.

그런 현실이 그 마을에만 해당되지는 않았다. 그때도 마을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됐다. 곳곳에서 폐교 이야기가 나왔고, 이러다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위기감이 주민들을 짓눌렀다. 심지어 어떤 마을 주민은 ‘폐교는 안된다’며 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취재한 이곳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섰다. 분교를 살리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주민들 자부담에다 지방비를 지원받아 마을에 다가구주택을 짓고 학생과 학부모를 유치했다. 더구나 도민은 임대주택 입주자격에서 제외하고 외지인만으로 한정했다. 도민을 포함하면 전체 인구가 늘지 않아서였다. 이는 서울과 경기·부산 등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분교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최근 경남 함양군에서 ‘서하초등학교 아이토피아 전입생 가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입주행사’가 열렸다. 서하초 전입 가족의 임대주택 입주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다. 서하초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민들이 학생모심위원회를 구성, 공공에선 주거시설을 제공했다. 그 결과 학생수가 2배 이상 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약 10년 전 제주의 한 마을 사례와 비교하면 주민들의 절박함은 모두 같았다. 농촌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몸부림이었다는 것. 학생 유치 방식 중 하나도 가족이 입주하는 주택임대사업이라는 점에선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점도 있었다.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의 참여였다. 서하초의 경우 주민에만 그치지 않고 교직원을 비롯해 군의회·군·교육지원청뿐 아니라 향우회와 동창회까지 학생모심위원회의 구성원이 됐다. 그만큼 농촌학교 문제가 각계에서 주목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됐다는 의미다. 약 10년 전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인 셈이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정부의 관심이다. 시골의 한 초등학교 관련 행사에 총리와 장관들까지 대거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참으로 반가운 변화고, 좀 과장해 표현한다면 세상이 바뀐다고 할 수 있겠다.

행사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도농이 더불어 잘 살고 전국이 골고루 행복한 나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며 “함양군 서하면 모델이 마중물이 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가 균형발전의 노력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하면서 역량을 한데 모아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행사에서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농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서하초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총리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그날의 업무협약이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꼭 지키고 실천하는 약속’이 되길 바라는 마음 역시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취재했던 마을이 고향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어서 고향에 갈 때마다 그곳을 지나치곤 한다. 올해는 특히 마을에 새 집도 여럿 들어서는 등 10여년 전에 비해 번화해졌다고 느꼈다. 한마디로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만약 서하초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어떨까? 10년 후엔 강산이 변하듯 전국의 농촌도 변할 것이다.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없어진 농촌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강영식 (전국사회부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